source: http://www.mhpbooks.com/2014-the-year-of-reading-women/

올해는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지라 이것 저것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동안 읽은 책들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정리해봄. 

(1)이라고 번호를 붙인 건 아마도 이게 끝이 아닐 거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읽고 계속 쓰고 싶다.

※ 어찌저찌 이 포스트를 읽게 되실 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을 드리고자, 책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자세히 얻을 수 있는 알라딘 페이지를 링크해 두었습니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새 창으로 열립니다.


1.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우에노 치즈코 지음 / 나일등 옮김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같이 페미니즘 입문서로 자주 손꼽혔던 거로 기억하는데 입문용이라 할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던 거 같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면 텍스트에서 눈을 떼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일본에서 발생한 사례들(일왕 가문/OL 등)를 주로 언급하나, 그를 관통하는 여성혐오/페미니즘은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하기에 읽기에 별 무리는 없었다. 

- 남성으로 구성된 사회 집단을 일컫는 호모소셜로 대표되는,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서 세세히 밝히며 챕터별로 여러 예시를 들어 이를 보충하는데, 아버지/어머지/아들/딸과 같은 가족 관계에 좀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 여성들이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족 내에서 받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향에 비추어보면 매우 의미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함


2.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 오찬호 지음

- 우에노 치즈코가 말한 호모소셜의 작동 원리가 한국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 한국 남성의 눈으로 본 남성 위주의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꼬집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사회를 경험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어떻게 여성혐오적인 사고를 재생산하며, 그것이 남성 집단 내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비되는가에 대해 알 수 있었기 때문. 남성이 아닌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들이 가능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내부 논리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깨달을 수도 있다.

- 이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한 번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여성에게는 한국 호모소셜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남성에게는 자기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왜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


3.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이민경 지음

-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여성혐오가 왜 해로운지 알고 있음에도 이에 반문하는 의견에 실제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하면, 실전(?)을 위해 이 책을 참고하는게 좋다.

- 이 책은 페미니스트임을 밝혔을 때 받곤 하는 예상 반격을 범주화하여, 그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모든 반론과 조롱에 대해 꼭 대답을 해야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부분이다. 페미니스트, 특히 여성들은 그들의 의견에 영원히 동의하지 않을 태도를 갖췄음에도 자신을 설득해주길 원하는 수많은 여성혐오자들과 마주하며, "조곤조곤"하고 완벽한 논리로 주장할 것을 은연 중에 강요받곤 하기 때문이다. 약자들에게 강요되곤 하는 도덕적/논리적 완결성에 반격하는 이러한 전략도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텀블벅을 통한 프로젝트로 첫 선을 보인 이 책에 이어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라는 또다른 도서가 발매를 앞두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가 크다.


4.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레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맨스플레인"이라는 용어를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책. 제목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으나, 맨스플레인에 관한 세세한 설명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되면 약간 의아해질 수 있다. 는 내가 그랬다.

- 저자가 다루는 페미니즘이라는 이슈는 사회의 다양한 면을 아우르고 있다. 경제, 미술, 문학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자유롭게 인용하는 글들을 읽고 나면, 젠더 문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던 분야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을 갖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이 사회에 페미니즘이 매우 필요하다는 강렬한 증거가 된다.

- 이 책은 페미니즘의 가치를 역설할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설파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도 주고 있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수잔 손탁과의 만남을 인용하면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 세상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준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페미니즘 이슈를 놓고 대화할 때마다 상당한 피곤함을 느껴서인지, 지쳤던 내게 위안이 되었던 책이다. 이 긴 싸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어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박은정 옮김  

-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지금만큼 페미니즘을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같이 읽다보니 너무나 가슴아픈 텍스트가 되었다. 

- 문학이라기보다는 논픽션에 가까운 이 책은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들을 만나 기록한 증언들을 엮어낸 작품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이기에 읽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특히 여성들에게는 상당한 억압이었다는 것이 드러나 있다. 작가가 만난 참전 여성들은 모두 참전의 기억에 괴로워하는데, 그 괴로움은 여성혐오적인 사회에 기인한다. 그녀들이 "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땋은" 여성이 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은 여성성이 만들어낸 억압이며,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외면받는 것에서 여성을 과소평가하고 역사에서 지우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몇몇 남성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여성 징병제가 실행된다고 해서 과연 이 여성혐오적인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해준 책이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사상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를 무리하게 마련한다 하더라도 사회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6. 『The Handmaid's Tale』 by Margaret Atwood

- 원서로 읽었는데 다행히도 번역본이 한국에 발간되어 있다. 그러나 원서도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라 도전해볼만 하다. 

- Oryx and Crake나 The Year of the Flood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극한의 세계 속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꼭 언급하곤 했던 저자가 본격적으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책이 무대로 삼는 Gilead라는 가상 세계에서 임신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은 Handmaid로 분류되어, 철저히 인류의 대를 잇는 도구로서 취급된다. 본래 이름도 지워진 채 "Of+그녀를 소유한 남성(작중에서는 Commander로 불림)의 성"을 붙여 명명되는 여성 중 한명의 증언을 통해 여성혐오의 극단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지금 사회에서 횡행되는 여성혐오에 대해 묵인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 앞에,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세상이 이런 거냐며 이 책을 던져주고 싶다.

-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맨 마지막 챕터인 Historical Notes에 있는데,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증언한 이야기들이 과소평가 되고 폄하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마지막 챕터 때문에 더욱 화가 나곤 하는데, 이 책이 미래의 가상 세계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이미 우리가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by moonrises 2016.09.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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