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1YearWithDay6

2016.09.12 00:08


- 앨런 튜링이 고안해낸 튜링 테스트란, 피험자에게 제시된 텍스트들을 통해 그 작성자가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분하게 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을 가늠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튜링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험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의와 그 특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테스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공지능이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데이식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튜링 테스트를 체험하는 것과도 같았다. 아이돌이란 무엇이고, 아티스트란 무엇이고, 둘 사이에 전혀 교집합이라는 없는 것인지,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WIN: Who Is Next?에서 YG 연습생들과의 배틀 주자로 첫 선을 보였지만 정작 소속은 JYP 내 싱어송라이터/아티스트 노선인 Studio J이며, 첫번째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만해도 방송 출연 없이 클럽 공연 및 버스킹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이 밴드는, 그 소속사를 이유로 아이돌 중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다른 밴드들과 함께 하는 공연에서는 확실히 그와 차별화된 분위기가 느껴지곤 한다.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요소는 오로지 음악에만 있지 않다.

- 가장 큰 차이는 밴드를 기획하는 회사와 그 밴드를 소비하는 팬들의 관점에 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음악 이외의 활동 영역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철저히 라이브 공연이나 음악 관련 프로그램(주로 커버곡을 선보이는 라디오) 위주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거 같다. 공연장과 팬싸인회에서 데이식스를 만나는 팬들은 그들에게 음악/공연 이외의 어필 포인트가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또 알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러한 "채널"들은, 예능/리얼리티/화보 등등 흔히 아이돌들이 활동기에 으레 거쳐가기 마련인 매체들을 포함하고 있다. 양측의 관점이 엇갈리다보니, 계속해서 원론적인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아이돌이란/아티스트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둘 사이의 경계에 머무는 것은 어떤 의미이길래.

- 그런 질문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팬들은 여전히 데이식스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으나, 회사는 사실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데이식스와 그 팬들에게 그 1년은 어쩌면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1년 밖에 안 된 이 팀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훨씬 많다는 점은 자명하다. 지금은 혼란 속에 던지는 수 많은 질문들이, 미래의 언젠가는 이 밴드와 아이돌, 케이팝에 대해 보다 명료한 정의와 발전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한다. 데이식스는 과연 어떤 밴드이며, 아이돌은 무엇이며, 케이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