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이행성에서 모집한 《어려운 여자들》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서평단에게는 총 21편의 단편 중 8편만 실려있는 발췌본이 제공되었으며, 8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언니가 가면 나도 갈래>, <물, 그 엄청난 무게>, <어려운 여자들>, <어떻게>, <유리심장을 위한 레퀴엠>, <나쁜 신부>, <나는 칼이다>, <이방의 신들>


폴 버호벤의 <엘르>는 주인공 미셸을 둘러싼 사건들, 그리고 그녀의 비밀과 심리를 통해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다. 살인자의 딸, 강간 피해자, 게임회사의 CEO 등, 미셸을 설명할 수 있는 문구들은 다양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미셸을 설명하지 못한다. 마치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에 이 영화의 제작 의도가 있는 것 같이, 미셸은 관객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선택지를 택하며 극을 이끌기 때문이다. 당연하고도 합리적이라 믿었던 것들이 하나 둘씩 어긋나면서, 관객들은 기존의 고정관념, 특히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이미지들에서 벗어나 미셸이라는 개인의 심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는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거나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흔히 "어렵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전제하는 것은 복잡함으로,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록산 게이가 자신의 단편소설집에 《어려운 여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 인물을 다루는 일반적인 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성적인 착취와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 가족과의 갈등과 같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배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엘르>의 미셸과 같이, 이 여성들은 그러한 경험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이들은 클리셰를 벗어나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세상과 마주한다. 그것은 형제와의 유대관계, 동성 연인의 믿음,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공격성의 발현 등, 일원화될 수 없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결국 독자들이 그들을 "어렵다"라고 평가하게 되는 주된 원인은 인물들의 생동감과 "사람됨"에 존재한다. 우리는 인간 관계에서 항상 상대방의 성격과 특징을 정의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들도 역시 사람이기에, 때로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유독 여성들에게는 좀처럼 적용되지 못했다.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적인 시선(이라 쓰지만 주로 억압에 해당할 것이다)은 그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옷차림, 행동 양식 등, "여성성"의 이름으로 여성들은 끊임없이 규제됨과 동시에 (성적) 대상화되고,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지만 게이의 글에서 여성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어려운 여자들》 속 여성들은 더이상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입체적인 인간으로서 살아 움직이며, 여성들은 비로소 "어려운"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는 급진적인 개념이다"(Feminism is radical notion that women are people)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말하듯, 그동안 문학을 포함한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은 인간(아마도 남성)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객체화의 굴레 속에서, 여성은 지배권력이 원하는 모습대로 가공되었고, 거기서 벗어나는 여성들은 사회에서도 격리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여성은 2차원의 이미지처럼 납작하게 묘사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도 3차원의 세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3차원의 입체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어려운 여자들》 은 그러한 사실을 대중에 환기하는 매우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여자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쩌면 "여성"이 "사람"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by moonrises 2017.07.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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