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마무리하며, 다수의 매체들은 Solange의 'A Seat at the Table'을 최고의 음반으로 선택했다. 앨범을 채우고 있는 유려한 R&B 트랙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지만, 이 앨범을 무엇보다도 빛나게 만드는 것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타고 전파되는 강한 메시지다. Solange는 이 앨범을 통해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담하고도 직설적인 어조로 말한다. 


싱글 컷된 곡 'Don't Touch My Hair'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Solange는 이 곡을 통해 흑인 여성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외부의 시선과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데, 가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Don't touch my hair

내 머리를 건드리지 마

When it's the feelings I wear

그건 내가 드러내는 감정이야

Don't touch my soul

내 영혼을 건드리지 마

When it's the rhythm I know

그건 내가 아는 리듬이야

Don't touch my crown

내 왕관을 건드리지 마 

They say the vision I've found

그들은 내가 발견한 비전을 말하지 

Don't touch what's there

그냥 건드리지를 마

When it's the feelings I wear

그건 내가 드러내는 감정이야


여기서 머리(hair)는 영혼(soul)과 왕관(crown)과 같이,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되는 요소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흑인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afro-textured hair로 분류되는 흑인들의 머리는 그 특유의 성질로 인해 열을 가한 펌 또는 일직선으로 곧게 편 스타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afro-textured hair를 위한 전용 헤어 제품이 따로 출시되기도 하며, '레게 머리'와 같이 흔히 흑인 스타일로 분류되는 dreadlocks, cornrow, 또는 braids 등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흑인들에게 머리란 다른 인종과 달리 스타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에게 헤어스타일이란 흑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흑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헤어스타일을 저항의 표시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미용 산업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시도하기도 하면서, 헤어스타일과 미용을 자신들의 존재를 가시화 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dreadlocks의 경우 자메이카를 발상지로 하는 종교인 라스타파리(Rastafari) 교인들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종교적인 의미도 함께 갖게 되었다. 

그러나 흑인들이 헤어스타일에 부여하는 이러한 의미가 타인종에게는 가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들에게 흑인 고유의 헤어스타일은 규범을 벗어난 일탈 또는 흥미로운 구경 거리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흑인 학생들은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dreadlocks는 금지되곤 한다. 이렇게 억압과 차별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헤어스타일은 또 한 편으로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처럼 받아들여지는 양가적인 속성을 지닌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게재된 인터뷰에서 Solange는 이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저는 패션 화보를 비롯해 패션과 연관된 여러 매체에 많이 참여했다고 생각하는데, 패션업계는 아직도 백인이 지배적인 산업이어서, afro인 제 머리를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그것이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의 덧없음을 느끼기도 해요. 유명 잡지의 한 백인 에디터는 할로윈을 맞아 얼굴을 검게 칠하고 afro 가발을 쓰며 자신을 Solange라 칭하더군요. 연예인 닮은 꼴을 주제로 했던 또 다른 잡지에서는 저를 개에 빗대었어요. 제 머리가 말 그대로 개를 닮았다면서요. 그래서, 머리는 제게 컴플렉스예요. 어머니께서 제가 2회 연속으로 진행했던 공연(two-show run)에 오셨는데, 4일 간의 여정에서 그 모든 micro-aggressions(일상 속에서 의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소수자 차별)을 겪으면서 저는 어머니께 제가 스트레이트 펌만 했어도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이 곡은 매일 일상 속에서 나의 정체성이 도전받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것이에요. 머리를 만지는 행위 자체도 매우 문제 있는 것이지만요!"


흑인들은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되나, 그들을 배제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스타일을 칭송하기도 하며, 따라하기도 한다. 흑인이 아닌 인종들이 선보였을 때 아름다워 보이고 멋져보이는 스타일링이라는 평가 이면에는 이로 인해 낙인이 찍히는 흑인의 존재가 지워진다. 이렇게 동일한 스타일을 두고 인종간의 위계질서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것이 유래된 맥락과 의미는 제거된 채 차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라는 이름이 붙는다. 따라서 Solange가 말하는 '건드린다'라는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인 간섭이나 억압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음대로 가져가 제멋대로 활용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노래는 이와 같이 이어진다. 


They don't understand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

What it means to me

그게 내게 무슨 의미인지

Where we chose to go

우리가 어디로 가기로 했는지

Where we've been to know

우리가 어디에서 알게 되었는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향한 폭력적인 시선은 억압의 양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탄압의 양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차용하고 활용되는 것 역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다. 그래서 패션을 포함한 대중문화(특히 흑인 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힙합 문화)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흑인들의 헤어스타일은 문화적 전유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중 문화의 역할 중 하나는 그 사회의 합의점 또는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국 사회가 담고 있는 논리를 재생산하는 촉매 역할을 수반한다. 따라서 차별/혐오와 같은 맥락을 지니는 행동을 그대로 담아낸다면, 이 사회에 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도 무방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같다. 비록 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그 의도없음조차 약자/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서양문학에서 통용된 라틴어 구절인 'Noli me tangere'는, 부활한 예수가 그와 마주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건내는 말로서, 직역하면 '내게 손대지 마라'라는 의미를 지닌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토마가 예수의 몸에 난 상처를 직접 만진 뒤 그것이 사실임을 깨닫고 뉘우치는 장면 역시 잘 알려진 예화로, 카라마조의 명화로도 남아있다. 이렇게 누군가의 신체를 만지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불손하거나 불경한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흑인들이 마주하는 문화적 전유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맥락일 것이다. 이제는 문화적 전유가 이루어져 온 과거를 되짚고 그 안에 담긴 혐오와 차별의 맥락을 뜯어보아야 한다. Solange가 후렴구에서 던지는 이 끊임없는 질문은, 이제 우리 앞에 던져진 숙제와도 같을 것이다. 


What you say to me?

내게 뭐라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