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발표되거나, 수록된 앨범에서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곡들이 많았던 올 상반기여서 따로 트랙 모음을 해봄

1. Lizzo - Juice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평키한 흥과 그루브, Lizzo의 보컬이 감칠맛을 더하는 이 곡이 유독 빛나는 것은 그만큼 강렬한 자기애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팻셰이밍과 여성혐오, 인종차별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하지만 그런 세상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애라는 응원도 필요한 법이지 않을까. 그것도 기득권이 아닌 같은 처지의 동지로부터라면, 그 흔하디 흔한 "Love yourself"의 메시지와는 더 특별하고 반가운 연대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2. Hot Chip - Hungry Child

Hot Chip은 여전히 흥미롭고 다채로운 밴드이다. 무엇보다도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쏟되, 그것이 너무 과하거나 나르시스트처럼 비춰지지 않게 적절히 다룰 줄 아는 미덕이 있는 밴드로, 올해 발매된 앨범도 밴드 나름대로 그어놓은 듯한 선을 잘 지키고 있다. 싱글 컷된 <Hungry Child>도 자칫하면 뻔한 하우스 뮤직처럼 들릴 법한 비트를 수려한 신디와 시크한 보컬로 멋있게 치장했다. 화룡점정은 바로 뮤직비디오. 한 커플에게 찾아온 이 음악은 관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우리 삶에서 음악이 가진 의미를 한 번쯤 되돌아 보게 한다. 

 

3. Billie Eilish - Bury a Friend

수많은 10대들을 이끄는 아이콘 Billie Eilish의 음악과 세계관을 두고 혹자는 "중2병"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한 단어로 일축해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흘려보내게 된다. 악몽과 악당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읊조리는 듯한 보컬로 서서히 긴장감을 자극하는 전개 방식을 구사하는 게 10대 여성 솔로 아티스트라면, 조금 다른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사실 호러와 스릴러에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그리 새로운 점은 아니기에 Billie의 세계관이 진부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통과 아픔을 대리하는 객체에서 직접 그 세계를 다스리고 이끌어가는 주체로서의 히로인에게는 10대를 넘어 전 세대에게 던지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4. The Black Keys - Lo/Hi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켜 새로운 것을 찾기 바쁜 요즘 대중음악계에서 The Black Keys는 반대로 정공법을 택한다. 그들의 음악에서는 마치 오랜 세월 딱 한 가지 메뉴만 고집하며 이름을 알리는 오랜 맛집 같은 느낌이 난다. 앨범 <Let's Rock>에서 처음으로 싱글컷된 Lo/Hi 는 그런 밴드의 정신을 그대로 녹여낸 트랙이다. 새로운 미래가 과거를 발판으로 삼는 것처럼, 이 트랙과 이 앨범도 다 죽어가는 락 씬의 "오래된 미래"로 남아있을 것 같다.

 

5. The Chemical Brothers - Eve of Destruction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파괴의 전야"를 알리는 이 트랙은 The Chemical Brothers가 펼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서막 역할을 한다. "그래서 뭘 파괴한다는 거야?"라는 질문이 절로 나올 정도로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한데, 뭐가 됐든 잠시 머리를 비우고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댄스 음악의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난데 없이 튀어 나오는 일본어 랩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8-90년대 일본 특촬물의 영향을 받은 듯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가장 트렌디한 뮤지션 중 하나인 AURORA의 등장은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

 

6. 이달의 소녀(LOOΠΔ) - Butterfly

케이팝 팬덤이 어디까지 팬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하는지는 항상 의문이 들지만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는 케이팝 씬에서 만난 가장 훌륭한 피드백이다. 트위터와 SNS에서 팬덤이 끊임없이 제기하던 이슈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것 같이, 이 몽환적인 트랙은 팬들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향을 구현하려 한다. 상승 기류를 그려낸듯한 메인 멜로디가 따라가는 길은 뮤직비디오가 그려낸 것과 같은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잠시뿐일 전략에 불과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이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7. サカナクション(sakanaction) - 忘れられないの (잊을 수 없어)

전세계를 휩쓴 일본 시티팝 열풍에 본토 밴드들도 기꺼이 동참하는 요즘, 사카낙션이 내놓은 답은 단순하다.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리듬과 사운드를 찾아서 그저 즐겁게 녹여내는 것. 오랜만에 발매하는 싱글인 만큼 더 새로운 것을 바라는 팬들도 있었겠지만 이런 명쾌함과 흥만큼 사카낙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니,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이 곡의 베이스 라인을 사랑하지 않을 리스너가 있을까. 베이시스트 쿠사카리 아미의 여름 햇살을 만끽하는 베이스 리프를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꼭 즐겨보시길.

 

8. Yonyon, 一十三十一(Hitomitoi) - Overflow

Yonyon은 한국과 일본의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다양한 방면으로 실험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이미 SIRUP이나 무카이 타이치(井太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 이름을 알려왔다. 히토미토이와 함께한 트랙 <Overflow>는 그 중 단연 독보적인 매력을 지녔는데, 한국어/일어/영어 3개국어로 쓰인 가사가 주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깔끔한 하우스풍 비트로 빚어낸 상쾌한 트랙이다. 계속 되는 싱글 발매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함과 동시에 호기심도 커지게 하는 이 아티스트의 다음은 또 어떠할지, 항상 그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아티스트를 만나서 반갑다.

 

9. 欅坂46(keyakizaka46) - 黒い羊(검은 양) 

"웃지 않는 아이돌"로 불리며 흔히 생각하는 일본 여성 아이돌의 전형을 깨는 케야키자카46의 올해 첫 싱글은, 조금 진부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충격 그 자체이다. 끊임없이 사회와 인간관계에 물음을 던지고 도전하는 곡으로 주목받던 그들은 <검은 양>에서 그동안의 행보를 회고하는 듯한 화자를 내세우며 이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화자는 "나만 없어지면 되는 거지"( 僕だけがいなくなればいいんだ), "모두 내 탓이야"(全部 僕のせいだ) 라며 자신이 느낀 무력감과 고통, 슬픔을 가감없이 드러내지만, 그런 체념을 후반부에서는 "하얀 양 따위는 절대 되고 싶지 않아"(白い羊なんて僕は絶対になりたくないんだ)라며 승화시킴으로서 변함없이 갈등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불태운다. 마치 뮤지컬의 클라이막스를 담아낸 듯한 영웅적인 내러티브가 피아노와 스트링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약 5분 간의 러닝 타임에 극적으로 녹아들어있다. 

한일을 막론하고 아이돌 계에서, 사회 비판적으로 정의를 말하는 메시지는 주로 남성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곤 했다. 약자에 대한 공감 없이 갈등을 뚫고 전진하라고만 외치는 남성의 목소리가 현재 시점에서 과연 얼마나 유효할까? <검은 양>은 그런 진부함에 대한 비판이자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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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발매작 중 좋아했던 앨범들을 백업.

 

1. Sharon Van Etten - Remind Me Tomorrow

Sharon Van Etten의 음악은 마치 테라리움 같다. 그의 음악에서 우리는 행복했던 과거와 후회의 순간, 다가올 미래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데,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어떤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Comeback Kid>, <Seventeen>의 폭발하는 사운드와 <No One's Easy to Love>, <Jupiter 4>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마지막 트랙을 지나고 나면 귓가에 남아있는 온기가 내 자신을 다독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위안이 있어서 우리는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지키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2. Lizzo - Cuz I Love You

아마도 2019년 발매작 중 가장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앨범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모두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던 레트로 펑키 사운드 <Juice>, Missy Elliot과의 눈부신 콜라보가 인상적인 <Tempo>, 가창력을 제대로 뽐낸 <Crybaby>까지 기분좋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한 이 앨범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던 작은 용기를 끌어올린다. 직설적인 메시지로 많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인만큼, 그 목소리가 더 많은 이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3. Nilüfer Yanya - Miss Universe

주목받는 신인에게 흔히 붙는 "당돌한", "겁없는"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진부해진지 오래지만, Nilüfer Yanya라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 정규앨범을 준비하며 이전에 발매된 EP에서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신곡들을 무려 17곡이나 담아낸다는 것은 신인 아티스트가 여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Miss Universe는 그런 과감한 결정을 밀어붙인 원동력이었을 타오르는 열정이 느껴지는 뜨거운 앨범이다. 특히 <In Your Head>를 듣지 않고 2019년을 넘겨버린다면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4. The Comet is Coming -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

첫 앨범 Channel the Spirits로 머큐리 프라이즈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The Comet is Coming은 데뷔작의 성공이 절대 운에 기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번째 앨범에서 증명한다. 바쁘게 쪼개지는 비트를 자유로이 휘젓는 색소폰은 전작에 비해 재즈의 색채를 더욱 진하게 드러내며, 동시에 로큰롤보다 짜릿하고 묵직한 일격을 날린다. 드럼과 색소폰의 대결에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Timewave Zero>, 일렉트로니카적 요소가 가장 진하게 녹아들어간 <Summon the Fire> 등, SF영화의 장면들을 음악으로 구현한 듯한 이들의 대장정을 계속해서 따라가고 싶다.

 

5. Solange - When I Get Home

Solange의 주술은 이번 앨범에서도 이어진다. A Seat at the Table에서 선보인 바 있는 나른한 사운드와 강렬한 메시지의 조합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 차례 더 승화된다. 그 사운드는 마치 향수처럼, 희미해보여도 어느새 공간을 가득 메워 마음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Almeda>에서 "Brown", "Black"이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주술처럼 들리기도 한다. 부드러움 아래에 감춰낸 날카로움을 서서히 자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Solange만이 가진 세상에 맞서는 무기이자 그가 고발하고 싶어하는 이 사회의 모순일 것이다. 

 

6. Beyoncé - Homecoming: The Live Album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바로 그 퍼포먼스가 다시 재현된다. 동명의 라이브 필름을 함께 공개하며, Beyoncé는 이 "재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 넓게 확장시킨다. 특정한 컨셉 아래에서 재조합된 디스코그라피,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무대, 그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플래시백, 이 모든 것을 현재 시점에서 회상하는 Beyoncé의 나레이션과 목소리.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울린 Homecoming은 과거에 대한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Homecoming은 가수 Beyoncé가 흑인 기혼 여성인 Beyoncé로서 사회에 던지는 외침을 새롭게 구현해낸 결과물이며, 이제는 그 목소리에 우리가 움직이기 시작할 차례다.

 

7. Better Oblivion Community Center - Better Oblivion Community Center

2018년에 boygenius가 있었다면 2019년에는 Better Oblivion Community Center가 있다. Better Oblivion Community Center는 boygenius를 통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이상을 구현해낸 Phoebe Bridgers가 준비한 새로운 프로젝트로, 본인의 주장르인 포크와 어쿠스틱을 보다 심도있게 다룬다. 물흐르는 듯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로 내려앉는 하모니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건 또 없을 것이다. 왠지 모를 걱정과 불안감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이 앨범을 스스로에게 처방하자.

 

8. あいみょん(아이묭) - 瞬間的シックスセンス(순간적 식스센스)

일본의 스트리밍 채널은 물론, 온/오프라인 차트까지 점령한 아이묭(あいみょん)의 저력이 가감없이 녹아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강하게 파고들어오는 <満月の夜なら>(보름달의 밤이라면)을 시작으로 건조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 아련함을 남기는 메가히트 싱글 <マリーゴールド(마리골드)>와 같이 이미 익숙한 트랙들, 그리고 그 사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ひかりもの>(빛나는 것)과 같은 신곡들이 단숨에 청자를 사로잡는다. 진솔한 가사와 감칠맛 나는 멜로디,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장한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등장으로 일본 대중음악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9. 백예린 - Our Love is Great

첫 EP인 FRANK 이후, 백예린의 음악을 하나의 앨범 단위로 들을 수 있을 때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4년 동안 우리는 사운드클라우드와 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장에서 들려주는 미발표곡과 유튜브에 올라온 팬들의 영상을 전전하며 갈증 속에서 이따금 단비를 맞곤 했다. Our Love is Great는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청량한 오아시스였다. 섬세하고 예민하지만 결코 약하지는 않은, 백예린이 아닌 그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사운드로 가득한 이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딱 두 가지이다. 하나는 디지털 음원으로만 유통된다는 것, 또 하나는 EP라는 것. 이 아티스트의 저력을 왜 JYP와 스튜디오 제이만 모르는 걸까.

 

10. Red Velvet - The ReVe Festival Day 1

 

댄스와 전자음을 기반으로 한 밝고 에너제틱한 Red 컨셉과 R&B에 뿌리를 둔 우아하고 차분한 Velvet 컨셉은 언제부턴가 서로 섞여 새로운 색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승과 하강 그리고 긴장과 이완을 곡예하듯 넘나드는 묘한 매력을 과시하던 레드벨벳이 이제는 아예 테마파크와 페스티벌을 테마로 연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Zimzalabim>이라는 청각적 롤러코스터를 타는 3분 동안은 그들의 5년 간의 커리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선사함과 동시에, <Sunny Side Up!>부터 이어지는 새로운 세계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어트랙션이 포진한 테마파크를 그렇게 쭉 돌아본 끝에 마주한 <LP>의 종결부에 다다르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물음표 하나를 그려볼 수 있다. Day 2 와 파이널에서 어떤 곡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짜릿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은 확실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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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발매된 앨범 중 주목할만한 작품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닙니다.


1. Superorganism - Superorganism

병치될 수 있을 거라 생각치 못했던 요소들은 Superorganism의 곡 속에서 그 밴드명만으로도 개연성을 가지게 된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한국어 가사, 과일을 베어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일상 속의 소리, 읊조리듯 진행되다 갑자기 왜곡된 보컬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에 이 다음에는 또 어떤 결과물을 들고 나올지, 더 먼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 묘한 앨범에 박수를 보내본다.


2. U.S Girls - In a Poem Unlimited

공명하는 보컬과 악기들로 우리를 자신만의 세계로 이끄는 U.S. Girls의 신보는, 그런 미적인 차원의 매력을 넘어선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개에 담긴 분노와 비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마음이 저절로 반응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볼륨을 높이고, 가사를 하나씩 읽어내려가며 함께 들어보자.


3. Janelle Monae - Dirty Computer

<Electric Lady>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Janelle Monae의 신보에서는 그 5년의 갭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5년간 그가 얼마나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는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Janelle Monae 특유의 아프로퓨쳐리즘(afrofuturism)에 녹여낸 미국의 바이섹슈얼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로서 살아온 그는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큰 울림을 전한다. 그가 건낸 이 극적인 성명서에 누구든지 흔쾌히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Kacey Musgraves - Golden Hour

미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이 컨트리라는 장르를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조금은 고리타분하거나 재미없거나 보수적일 거란 생각을 으레 갖기 마련이라 그 진입장벽도 다소 높아보이는 경향도 있다. Kacey Musgraves의 새 앨범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잠시 모든 걸 잊고, 왜 진작 이 장르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 라는 질문을 절로 던지게 하는, 금빛으로 빛나는 멜로디와 그루브에 잠시 몸을 맡겨보자. 


5. Kamasi Washington - Heaven and Earth

Kamasi Washington은 언제나 압도적인 스케일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렇지만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그 압도한다는 의미가 청자를 짓누르는 느낌이 아니라그 세계에서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둔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처럼 자유로이 오가는 색소폰과 재즈 사운드라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전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첫 내한 단독 공연, 90분의 러닝타임은 너무 짧은 것 아닐까?


6. SOPHIE -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

올해가 지나도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방황하는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It's Okay to Cry>의 꿈꾸는 듯한 멜로디 너머로 금속성의 날카로운 트랙들이 이어지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앰비언트 사운드를 지나고 나면 환희로 벅차오르는 <Immaterial>의 중독적인 비트에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MTF인 SOPHIE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기도 해서, 이 앨범의 모든 것이 유독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7. Father John Misty - God's Favorite Customer

솔직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는 같이 꼽힌 다른 앨범들만큼 크게 자극적이거나 강렬한한 방이 있진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1번 트랙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특유의 감칠맛을 거부할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트랙이 끝난지 오래다. 뭔가 거창하고 마땅한 이유를 댈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앨범을 더욱 찾게 만드는 것 같다.


8. Cero - Poly Life Multi Soul

언제 어디서 어떤 비트와 멜로디가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긴박감이 마치 여름날의 어드벤쳐와도 같다. 흔히 음원이나 앨범을 들을 때면 이런 스튜디오 버전의 음악이란 마치 박제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Cero의 사운드는 그 안에서도 충분히 역동적으로 헤엄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를 꼭 챙겨보고 싶은 밴드.


9. Florence + the Machine - High as Hope

2009년 첫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Florence + the Machine은 그 어떤 뮤지션보다도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시금 확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싱글컷된 <Hunger>를 들을 때부터,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숭고함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극적인 전개가 두드러지는 10곡의 서사시를 감상해보자.


10. Sleeq - Life Minus F is Lie

이번 앨범이 전작보다 더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고 슬릭 본인의 트윗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동시에 그가 꿈꾸는 이상에 대한 열망과 사랑으로 꽉 채워진 앨범이기도 하다. 세상은 페미니스트 여성 랩퍼인 그를 분노케 하지만, 그런 세상을 아직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10곡의 노래들에서 잔뜩 묻어난다. 함께 저항하는 입장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어 고맙고 위안이 되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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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앨범들을 추려봅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닙니다. 


1. St. Vincent - MASSEDUCTION

극적인 연작무대를 보는 듯한 구성의 색깔있는 앨범이다. 수준급의 완급조절과 전작보다 풍부해진 사운드의 레이어는 좌중을 사로잡는 그녀의 강렬한 카리스마와도 닮아있어, St. Vincent의 오랜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조섞인 능청스러움을 밝은 색채로 묘사한 <Pills>, 화려함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서정성을 노래하는 <New York>과 같은 싱글 컷 트랙과 더불어, 선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제곡 <Masseduction>과 보컬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한 <Young Lover>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넘나드는 그녀의 1인극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2. Moses Sumney - Aromanticism 

어떤 장르보다도 로맨틱한 감성과 잘 연결되는 R&B를 빌어 Moses Sumney는 로맨스의 이면과 고독을 노래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쓸쓸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마치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감싸안아주는 듯한 보컬과 편곡에서는 따스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관계맺기에 대한 회의를 노래하는 <Don't Bother Calling>와 이카루스의 신화를 재해석한 <Plastic>이 우리에게 포근하게 내려앉는 트랙이라면, 직설적인 사운드로 고독을 외치는 <Lonely World>와 계속해서 자신의 운명에 대해 질문하는 <Doomed>는 다소 철학적인 관점으로 우리를 이끈다. 사랑과 관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반문.


3. Lorde - Melodrama

데뷔앨범 <Pure Heroine>에서부터 Lorde는 자신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주변 환경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을 녹여내는 아티스트였다. 그리고 <Melodrama>를 통해 이제는 조금 더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 본인의 실제 연애 및 이별에 기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경험들은 Lorde가 이 세대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견하게 된 계기도 함께 주었던 것 같다. 첫번째 트랙 <Green Light>는 이처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그녀의 음악을 선언하고, 마지막 트랙 <Perfect Places>는 그러한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한 번 더 선언한다. 이렇게 Lorde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임을 다시 또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4. The National - Sleep Well Beast

The National이 또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앨범을 거듭할 수록 The National은 우리를 깊고 어두운 숲속으로 인도하는데, 그 어둠은 점점 짙어짐에도 전혀 무섭거나 두려운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서 밴드는 실패한 관계와 불안정한 사회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그것에 절망하기보다는 이를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트랙인 <Sleep Well Beast>가 동면을 노래하는 것처럼, 그 다음 세대를 기약하기에 절망과 종말로만 읽히지 않는 그들의 메시지가 유난히 가슴깊게 남는다.


5. SZA - Ctrl

올해 R&B는 물론 전 장르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신인 중 하나였던 SZA는 이 앨범으로 R&B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자신의 불안감과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마치 이를 즐기는 듯한 가창력과 기교가 모든 트랙의 전반에 나선다. 기타 리프에만 기댄 A파트가 매력적인 첫 트랙 <Supermodel>과 팝 디스코적인 요소를 차용한 <Prom>, 피쳐링으로 참여한 Kendrick Lamar에 전혀 뒤지지 않는 파워를 보여주는 <Doves in the Wind>등, SZA의 잠재력에 더 큰 기대를 품게 하는 곡들로 가득한 데뷔앨범이다. 


6. Daniel Caesar - Freudian

위에서 언급한 SZA의 <Ctrl>과 함께 올 한 해 R&B를 이끈 또 한 장의 앨범. Daniel Caesar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R&B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되 장르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매우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에게 음악이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면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안정을 찾는 여정을 그려낼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Looses>에서 <We Find Love>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장치라든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Best Part>와 같은 타 뮤지션과의 협업 등, 들으면 들을 수록 감상 포인트가 많아지는 흥미로운 수작이다. 


7. Bjork - Utopia

치유를 노래하던 전작 <Vulnicura>에 이은 <Utopia>를 통해 Bjork은 또 자신만의 세계를 대중 앞에 공개했다. 이 세계로의 초대장을 전달하는 첫 트랙 <Arisen My Senses>에 숨겨진 마력처럼, 수록된 곡들은 앨범 타이틀이 뜻하는 '이상향'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과는 다르게 조금은 기이하고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그려내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역동적인 멜로디와 보컬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 첫번째 싱글로 공개된 <The Gate>를 발표할 당시 보다 넓은 의미의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고 밝혔던 것과 같이, 모든 것을 따스하게 감싸안는 힘이 트랙 곳곳에 숨쉬고 있다. 


8. The XX - I See You

멤버들 간의 안정된 관계가 느껴져서 듣는 사람을 절로 흐뭇하게 만드는 앨범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The XX의 이번 앨범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작 <Coexist> 발매 이후 각자의 시간을 가졌던 멤버들에게는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욱 조화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On Hold>와 <I Dare You>처럼 절로 리듬을 타게 하는 트랙과 함께, 차분하고 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Violent Noise>, 밴드의 시그니처와 같은 꿈 꾸는 듯한 고요함이 돋보이는 <Replica>등,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감을 웃도는 결과물에 2017년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9. 새소년 - 여름깃

하늘을 나는 새 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뜻하는 이중적인 밴드명인 '새소년'의 의미를 잘 담아낸 데뷔 EP. 약간 언니네 이발관이 연상되기도 하는 첫트랙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에서 맛본 씁쓸한 감정은 <긴 꿈>에서 이내 낭만을 머금은 것으로 다시 태어나고, <파도>에서 역동적인 파워를 과시하다 <새소년>에서 다시 다음을 기약한다. 정규 앨범이 아닌 EP임에도 워낙 다양한 감정들을 넘나드는 곡들로 채워져 있어 전혀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음과 동시에, 이들의 다음 결과물은 또 얼마나 찬란할지 기대감을 품게 된다. 


10. 전자양 - 던전

총 4개의 싱글로 나누어 발매되었던 곡들이 하나의 정규 앨범으로 묶였다. 싱글 발매 순으로 이어지지 않는 트랙 배치로 인해, 저마다의 개성으로 살아 숨쉬던 곡들이 새로운 맥락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전자양의 곡들은 즐거움과 흥으로 가득차있다가도 그 이면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특이함을 갖고 있는데, '던전'이라는 타이틀이 바로 그런 매력을 함축적으로 묘사한다. <던전 1>과 <던전 2>에서 느껴지는 그런 포인트에 더불어, <사스콰치>와 <어두컹컹!>과 같이 전자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반길만한 곡들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앨범이다. 


11. Red Velvet - Perfect Velvet

케이팝 시장에서 걸그룹의 이미지는 주로 소녀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거나 안전한 시도에 머물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레드벨벳은 이 앨범을 통해 거기서 과감하게 한 걸음을 앞서 나간다. 사랑을 유희처럼 즐기고 급기야 무기를 들고 나서는 타이틀곡 <Peek-A-Boo>의 서늘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지만, 사실 이 앨범은 그런 <Peek-A-Boo>를 뒷받침하는 수록곡들이 있어 더 빛나고 있다. 벨벳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고급스런 R&B인 <Kingdom Come>, 레트로한 감성의 여유가 느껴지는 <봐>와 "줄도 안 맞추고""제멋대로"인 트랙 <Attaboy>가 있어 이들의 행보는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잘 기획된 컨셉의 정규 앨범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즐거움을 뽑아낸 모범 사례로 꼽고 싶다. 


12. DAY6 - Sunrise / Moonrise

하루에도 수 많은 곡과 아티스트가 쏟아져 나오는 케이팝 시장에서 1년 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꾸준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곡들로 전개된다면, 이것은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Every Day6> 프로젝트가 증명해냈다. 상반기의 <Sunrise>는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장르들로 가득하고, 하반기의 <Moonrise>는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성적인 트랙과 가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곡들로 채워져 있어, 이 밴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쁜 마음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다.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알찬 결과물이다.


13. Kamasi Washington - Harmony of Difference

지난 2015년, 스케일과 구성면에서 모두 압도적인 앨범 <The Epic>으로 극찬을 받았던 Kamasi Washington은 이번 EP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한다. 단 6곡이 수록된 이번 EP에는 트랙 수 이상으로 그만의 기교와 풍부한 사운드가 흘러넘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라고 하면 타 장르에 비해 더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변곡점이 많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데, 그런 화려함 속에서 안정감을 놓치지 않는 매력을 그의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앨범에서 유일하게 보컬이 얹어진 마지막 곡 <Truth>는 13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모든 것을 담아냈으니 반드시 체크할 것.


14. Tinariwen - Elwan 

Tinariwen의 앨범은 그 퀄리티도 굉장하지만, 밴드의 출신과 장르를 고려했을 때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더 큰 질문을 던지는 앨범이다. 현대 대중 음악의 근간이 되는 블루스의 고장임에도 우리는 왜 그들의 음악에 좀 더 귀기울이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런 문화적 특성을 마치 하나의 토큰처럼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그 국가적 특성으로 인해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로 통칭되는 것이 정말 옳을지, 이 산업에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하는 지점들을 모두 건드리게 된다. 이는 그만큼 좋은 앨범이라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하지만, 영미권 이외의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을 소비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15. The War on Drugs - A Deeper Understanding

제목 그대로 The War on Drugs의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 앨범이다. 이들의 음악은 항상 어딘가를 향해 쭉 달려나가는 사운드로 가득차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뚜렷한 향상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나가기보다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듯한 향수가 묻어나기도 해서, 청자로 하여금 굉장히 다양한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음악이 가진 포인트. 그런 면모가 정말 잘 드러나는 <Holding On>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한다면, 이 밴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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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이제 절반이 지나갔으니, 지금까지 들었던 앨범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모아볼 시간


1. The XX - I See You

Jamie XX의 솔로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품었던 의문은, 앞으로 The XX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였다. Jamie XX가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껏 자랑했던 솔로 활동이었기에, 밴드 The XX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낼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던 이번 신보는 바로 그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해준 것 같다. Say Something Loving과 Replica와 같이, The XX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고요한 트랙에 더해 Dangerous나 On Hold 등 Jamie XX의 솔로에서 느낄 수 있던 위트있는 곡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밴드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상상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구매 인증샷을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의 반사된 이미지를 담아낼 수 밖에 없는, 거울과도 같은 앨범 커버를 차용한 것도 아마 그런 의미일지 모른다. 


2. Tennis - Yours Conditionally

Tennis는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케미가 좋은 부부이지 않을까. 전작에 비해 한껏 더 릴렉싱한 분위기로 돌아온 이번 앨범은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아름답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사운드와 보컬로 마무리해 재미를 안겨준다. 듣고 있으면 꼭 바이닐로 감상해야 할 것 같은 빈티지한 첫번째 곡 In the Morning I'll Be Better와 더불어 Modern Woman의 뮤직비디오도 꼭 체크할 것.


3. Tinariwen - Elwan

말리 출신의 트와레그족으로 구성된 Tinariwen의 신보는, 그 이름이 '사막'이라는 뜻을 깨닫기도 전에 그 사막의 기후를 느낄 수 있는 블루스를 선보인다. 이처럼 음악적인 성취도 매우 빛나지만, 이 팀의 의의는 이런 월드뮤직을 감상하는 청자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에 있다. 이 앨범이 담아낸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우리는 그저 멋지고 힙한 음악으로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의 음악이 왜 마음에 드는지 제대로 설명하려면 어쩌면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할지 모른다. 


4. ANOHNI - Paradise

전작 Hopelessness의 연장선에 놓이는 듯한 이번 EP는 어찌보면 리패키지 앨범과 같은 인상을 주지만, 7개의 트랙을 따라가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전 앨범의 각 트랙들이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하는 공론장에 가까웠다면 이번 앨범은 폭발하는 분노와 감정을 날 것처럼 담아내지만, 그럼에도 이 세계에 대해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I Never Stopped Loving You를 사회에 대해 염려하는 메시지를 보낸 팬들에게 이메일로 개별 전달했던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것은, 그가 "희망이 없는" 사회 속에서 "낙원"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5. Spoon - Hot Thoughts

굉장히 공을 들여 복잡하게 소리들을 결합하는 앨범들도 좋지만, 그런 티가 별로 나지 않으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는데, 그 예시로 Spoon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동명의 리드 트랙인 Hot Thoughts의 전주가 재생될 때부터 우리는 이 앨범이 Spoon이 만들어낸 또 다른 깊은 세계로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감동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Do I Have to Talk You into It?에서 무심코 건네는 듯한 보컬에 자리잡고 있다. 재치있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Spoon의 관록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6. Phoenix - Ti Amo

시절이 하수상하지만 계속해서 싸우다보면 지치기 마련. Phoenix의 Ti Amo는 바로 그런 시기에 들으면 좋을 따스한 위로와 같은 앨범이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사랑과 꿈을 노래하는 Phoenix의 음악은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려 우리가 원하고자 했던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되물을 수 있는 휴식을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Fior Di Latte - Lovelife - Goodbye Soleil로 이어지는 구성은 아련한 향수까지 자극하는데, 표제곡인 Ti Amo보다도 더 이 앨범의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7. Lorde - Melodrama

Pure Heroine을 통해 새로운 팝 디바 상을 제시했던 Lorde가 올해는 보다 개인적이고 극적인 영역으로 표현력을 확장했다. Melodrama라는 제목에 걸맞게, 매 트랙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그의 요동치는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는 체험을 한다. 자신있게 포문을 연 댄스 튠 Green Light을 시작으로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는 발라드 Liability의 감동을 지나, Supercut을 통해 지난 기억의 필름을 되감으면 어느새 Perfect Places에 안착하게 된다. 그러나 마치 배반이라도 하는 듯이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라고 되묻는 것은 그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바로 대중이 Lorde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8. Feist - Pleasure

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온 앨범이기에 어느 정도 팔이 안으로 굽긴 하지만 그런 팬심(?)을 제외하고도 명반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품이다. Feist를 대중에게 알렸던 곡들은 1,2,3,4나 I Feel It All과 같이 포근한 포크송이지만, 이번 앨범은 강렬하게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곡들로 주로 채워져 더욱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가 노래하는 "기쁨"은 단순히 행복만을 일컫지 않는, 다양한 결들로 나뉠 수 있는 총체적인 감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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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2016 올해의 앨범

2016.12.31 19:42

한 해가 끝나갈 땐 연말결산을 해야하는 법

올해 들었던 앨범 중 가장 좋았던 것들 몇 장 추려서 올려봅니다. 딱히 순위는 없음


1. ANOHNI - Hopelessness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사운드와 함께 돌아온 ANOHNI는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날카롭다. 환경 문제부터 정치적인 이슈까지, 우리 사회를 둘러싼 사회 문제들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우리에게 빠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2. The Avalanches - Wildflower

오랜만에 복귀한 The Avalanches지만 그 명성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클래스가 남다르다"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걸출한 앨범은 그간의 오랜 기다림을 해소하고도 남을 정도로 풍부한 사운드와 위트 있는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트랙을 한 번 재생하면 쉽게 멈추기 어려운 앨범


3. GoGo Penguin - Man Made Object

세 명의 멤버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GoGo Penguin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더 대담한 발걸음을 옮긴다.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주어진 것 이상으로 해내고 있다. 한 곡 한 곡 넘어갈 때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이다. 


4. BADBADNOTGOOD - IV

GoGo Penguin과 함께 올해 재즈의 영역에서 맛본 기대 이상의 성취. 이번 앨범에서는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 지평을 넓혔고, 이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준다. 라이브가 매우 기대되는 팀인데 부탁해요 서재페....ㅠㅜㅠㅜㅜㅠㅠ


5. Radiohead - A Moon Shaped Pool

"라디오헤드"를 떠올렸을 때 익히 연상할 법한 분위기의 곡들이지만, 역시 라디오헤드는 녹록치 않은 팀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해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vignette 이벤트 등 음악 못지 않게 짜릿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보인 것도 참 라디오헤드 답다. 그간 라이브에서 선보였으나 스튜디오 버전으로 발매되지 못했던 곡들을 수록했다는 점에서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6. Bon Iver - 22, A Million

한 때 Bon Iver를 검색하면 "포크" "어쿠스틱" 같은 단어가 함께 나타나기 마련이었는데, 이 앨범을 듣고 나면 그런 연관 검색어에 의문을 갖게 된다. 뒤틀리고 왜곡된 목소리는 Justin Vernon이 새롭게 장착한 무기와 같으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영역을 크게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앨범을 감상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하게 하는 킬링 포인트.


7. St. Paul & the Broken Bones - Sea of Noise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찬 앨범이다. "소음의 바다"라는 제목이 반어적으로 들릴 정도로 풍부한 브라스와 깊은 보컬을 담아내면서, 이들의 음악적 지평은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8.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 Beyonce - Lemonade

올해 팝 씬에서 가장 빛났던 이 두 장의 앨범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킨 아주 훌륭한 예시로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기 이전에 흑인 여성으로서 이 사회를 마주하는 자매의 목소리는 다양한 장르와 접근법으로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감미로운 발라드, 블루스, 락앤롤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과 곳곳에 자리잡은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 나아가 비디오와 필름과 같은 시각적 요소까지, 감성의 영역에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성의 영역으로 돌아와 이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앨범이다.


9. 키라라 - Move

"예쁘고 강한" 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제대로 들어맞는 뛰어난 댄스 음악으로 가득하다. 강렬한 비트 위에 쌓여진 다층적인 사운드의 활용에서는 체계적이고 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부담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고 나면, 왠지 모르게 이 현실을 헤쳐나갈 힘이 생겨나는 것 같은 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닐 거다. 


10. 실리카겔 - Silica Gel

올해 한국 인디 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밴드였던 실리카겔의 첫번째 정규작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악기와 목소리가 서로 얽혀 거대한 숲을 만들어가는 전개는 이 앨범에 호흡을 불어넣고 생동감을 부여한다.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은 역동감과 유기성에서 앞으로 이 밴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 


11. 이민휘 - 빌린 입

무키무키만만수로서 선보였던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사운드에서 한 발 물러나 내면을 탐구하는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OST에서 살짝 맛본 사색적인 정서는 이 솔로 앨범을 통해 더욱 짙어지고, "발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왜, 말하고 전달하고 싶어하는 걸까


12. SHINee - 1 of 1

<Odd>에서 추구했던 예전보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이어받으면서, 샤이니를 샤이니답게 만드는 정교함을 찾을 수 있는 꽉 찬 앨범. 전반적으로 레트로 감성을 풍기지만 그것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현재의 공간에서 재해석하며 더 멀리 나아가고자 하는 도약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계가 샤이니를 아끼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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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tchfork에 올라온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OST 관련 아티클의 번역본입니다. 

- 원문은 여기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 원문에는 사운드클라우드/스포티파이 링크도 있었는데, 사운드클라우드 링크는 연결되지 않고 스포티파이는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 관계로 여기서는 제외합니다. 

- 오역 및 오타 발견 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빛나는 타이틀 카드가 화면을 가로질러 떠다니는 순간부터, 오프닝 테마의 파도치는 신스 아르페지오는 이 쇼의 음악이 배경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한다. 2011년 Chapman University를 졸업한지 한 달 후 그들의 이름을 건 첫 장편 영화의 spec script[각주:1] 를 발표한 쌍둥이인 Matt과 Ross Doffer가 제작한 <기묘한 이야기>는 <E.T.>와 <폴터가이스트>와 같은 80년대 고전에 대한 오마쥬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사운드트랙도 John Carpenter 그리고 George Romero와 협업한 John Harrison을 포함한 그 당시의 영화음악 작곡가들과 비교된다. 그러나 오스틴(Austin) 출신의 신스 밴드 S U R V I V E 의 멤버이자 사운드트랙을 만든 Kyle Dixon과 Michael Stein은 스코어(score) 작곡 과정에서 그들의 사운드트랙 영웅들을 꼭 따라하지는 않았다. 


"Carpenter의 작품과 유사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가 생각했던 건 전혀 아니었어요."라고 Dixon이 Pitchfork에 밝힌다. "우리는 그가 사용했던 모든 악기들과 동일한 것들을 사용하긴 했기 때문에 비슷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가 만든 음악들을 하는 수 없이 참고했던 건 아니에요."



Duffer 형제가 <기묘한 이야기>의 pitch trailer[각주:2]에서 S U R V I V E의 "Dirge"를 처음 사용했던 이후, Dixon과 Stein은 드라마 기획 초기 단계에 그들 형제로부터 <기묘한 이야기>의 스코어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장기간에 걸친 협업은 작품의 사운드트랙이 작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부분처럼 느껴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음악과 영상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다. Dixon은 "우리에게는 몇 개의 대본들이 있지만, 우리는 캐스팅이 끝나기도 전에 데모 음원을 작곡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제작진이 우리가 만든 데모곡 중 일부를 오디션 때 틀었는데, 그래서 전 음악이 캐스팅에 영향 같은 걸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요."



대화의 배경 뒤에서 상승하고 하강하는 80년대 아날로그 신스는 처음에는 신경에 거슬리지만, 몇 편의 에피소드를 지나고 나면 스코어가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언제 음악이 나올지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신호음과 테마곡들을 만드는데는 아주 많은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기묘한 이야기>의 사운드트랙 앨범이 두 개 볼륨으로 발표되었을 정도이다.  첫번째 볼륨은 36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최근에 주목받는 사운드트랙(<스위스 아미 맨(Swiss Army Man)>, <미스터 로봇(Mr. Robot)>)을 발표했던 Lakeout records에서 발매했다. 두번째 볼륨은 8월 19일에 발매될 예정이다. 


"처음에 저희가 단순하게 생각했던 한 가지는 하나의 주제가 되는 명료한 멜로디를 공유하는 것들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오, 이 쇼의 테마는 미스터리니까,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때에는 그런 미스터리한 부분을 넣어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Stein이 말한다. "또는 '여기엔 아이들의 로맨틱한 장면이 들어가니까, 그럼 로맨틱한 신호음을 넣자...어 이건 아닌데' 하는 거죠. 동일한 모티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대신, 우리는 각 장면에 아주 세세하게 들어맞는 곡들을 작곡하게 되었어요."


이어서 두 사람은 Angelo Badalamenti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Laura Palmer's Theme"의 패턴이 로맨스부터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까지의 모든 장면에 배경음악처럼 쓰였던 <트윈 픽스(Twin Peaks>와 그들의 사운드트랙을대조했다. Stein은 "어떻게 그 테마를 여러 장면에서 계속 사용했는지, 정말 엄청나요"라고 말한다. "그런 방식으로 음악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강제하는 시도는 아주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작업하는 흐름을 좀 발전시킨 거죠."


프로덕션의 관점에서, Dixon과 Stein은 작곡가일 뿐만이 아니라, Prophet 6와 ARP 2600과 같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주어진 장면이 요구하는 적확한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인이었다. "Friendship"과 "Lamps" 같은 곡들은 사용되는 장면 속에서 각각 그 순간의 기분좋은 따뜻함과 우울함을 품고 있다. 반면, 편집증적인 "Agents"와 역동적으로 거친 "Lights Out"은 더 어둡고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기묘한 이야기>의 음악들은, 인디애나주의 호킨스에서 발생한 초자연적인 사건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그만큼 강한 감성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생각해보면, Cliff Martinez의 <드라이브(Drive)> 스코어(마찬가지로 80년대 신스웨이브에 대한 오마주인), 그리고 Trent Reznor와 Atticus Ross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사운드트랙들은 불안정한 일렉스토닉 사운드를 사용하여 함께했던 영상 작품들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일렉트로닉 음악 팬들을 넘어 보다 폭넓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제 2의 생명을 얻었다. 


이목을 끄는 스코어 뿐만이 아니라, 삽입곡(music) 역시 <기묘한 이야기>의 플롯에 정교하게 엮여져 있다. 주연 중 하나인 큰형 Jonathan Byers(상대적으로 무명에 속하는 배우 Charlie Heaton이 연기)는 사진과 영국 펑크/포스트 펑크에 열광하는 내성적인 아웃사이더다. Clash의 "Should I Stay or Should I Go"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 정도가 주요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The Clash는 스토리라인의 일부가 될 초반부부터 그들(Duffer 형제)이 의도했던, 대본에 반영되었던 신호었어요." <캘리포니케이션(Californication)>과 <레이 도노반(Ray Donovan)>제작에 참가한 베테랑이자 <기묘한 이야기>의 음악 감독이었던 Nora Felder가 밝힌다. "대본을 읽었을 때, 꽤 완벽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노래들 중 하나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쉽게 떨쳐내기 어렵게 만들거라는 것도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 상, 인디애나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10대 소년이 Joy Division과 Reagan Youth와 같은 얼터너티브 밴드를 접했다는 설정에 개연성이 있을까? "Duffer 형제는 Jonathan이 아주 뚜렷한 미적 주관을 갖고 있다는 설정을 잘 잡았던 거 같아요." 라고 Felder는 말한다.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면, 그는 렌즈를 통해 뭔가 독특하고 특별한 것을 포착하기 위해 항상 멀리 바라봅니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마을에 틀어주는 곡들에 의존치 않고 자신만의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한다는 점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 있죠. Jonathan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 거예요(Jonathan would surely what to know). 말장난 하려는 건 아니고요,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하고요."


Felder는 스코어와 같이, Duffer 형제가 <기묘한 이야기>의 음악 감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업한다고 묘사한다. 그 외에도 Foreigner, Echo and the Bunnyman, 그리고 시리즈 초반 가슴 아픈 순간에 삽입된 David Bowie의 "Hero"커버곡의 주인공인 Peter Gabriel을 포함한 80년대의 락음악은 시즌 전체에 걸쳐 흩뿌려져 있다. 존경받는 신스계의 신적인 존재인 Vangelis와 큰 영향력을 미친 독일 일렉트로니카 밴드 Tangerine Dream의 곡도 사용되었으며, 그들의 신스웨이브가 그려내는 풍경은 Dixon과 Stein이 작업한 스코어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S U R V I V E의 멤버들에게는, 이들이 새로 얻은 유명세가 매우 적절한 시기에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Dixon과 Stein은 밴드 멤버인 Adam Jones와 Mark Donica와 함께 S U R V I V E의 세번째 앨범과 투어 일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RR7349는 Relapse에서 9월 30일에 발표될 예정이고, 10월에 시작하는 북미 투어도 곧 공지될 예정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지켜보는게 정말 흥미로울 거예요" Dixon은 <기묘한 이야기>의 팬들이 꼭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 생각하며 말한다. "적어도 어느 정도만큼은 찾아올 거라고 추측해요."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에서도(넷플릭스에서만 아직 확정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포스트 작성 시점에서는 넷플릭스도 공식적으로 컨펌) 음악을 맡을 가능성에 대해 묻자, Dixon과 Stein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Duffer 형제와의 친분이 있다는 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고,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Dixon이 말한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어요. 형제는 이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예상치 못했었고, 이 작품이 그들의 첫 흥행작이자 저희의 첫 흥행작이기도 하죠. 우리는 형제와 친구가 되었고, 그래서 서로 '야,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같은 대화를 해요."



  1. 1) speculative screenplay의 준말로, 작가들이 외부 요청 없이 독립적으로 써낸 대본으로서, 감독이나 제작사가 영화화를 위해 계약 또는 구입하기도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Spec_script [본문으로]
  2. 2) 작품의 컨셉이나 테마만을 전달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트레일러의 종류. concept trailer라고도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Pitch_trailer [본문으로]

지난 여름 즐겨 들었던 곡들을 좀 추려보자


1, Shura - What's It Gonna Be?

폭염의 연속이었던 이번 여름, Shura의 앨범을 쭉 듣고 있으면 주변 온도가 최소 3도 정도는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 중 제일 청량감 넘친다고 생각했던 곡


2. Whitney - No Matter Where We Go

올 여름이 배출한 최고의 기타 팝. 듣고 있으면 되게 바다 가고 싶어지는 앨범이었다. 올해 여름은 이들의 앨범으로 기억될 것만 같은 느낌


3. スピッツ - 醒めない

스핏츠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청량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청량할 것 같다 오래 오래 음악해주세요


4. LUCKY TAPES - Tonight

열도 밴드의 보컬들은 무심한 마음으로 내뱉는 톤을 갖고 있는데 그게 매우 사랑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보컬에 얹은 펑키한 사운드는 정말 여름에 딱이고.


5. f(x) - All Mine

여름하면 함수고 함수하면 여름이니까ㅡ 그리고 왠지 묘하게 팬송 같은 느낌이 있어서 듣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면이 있다.


6. Wonder Girls - 아름다운 그대에게

서울레코드페어에서 들었을 때만 해도 여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계속 들으면 대놓고 레게를 차용한 Why So Lonely 보다 더 여름 같은 느낌이 든다. 청량감이 든다기 보다는 적당히 더운 여름 햇살 같은 멜로디와 보컬,


7. Crystal Castles - Concrete

Post-Alice Glass인 수정성에 대해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아무래도 Alice라는 보컬이 만들어낸 아우라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곧 새 보컬 Edith Frances에게도 이전 못지 않게 팀을 파워풀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폭발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수정성도 꽤 만족스럽게 다가온다


원문: http://pitchfork.com/features/interview/9889-james-blake-and-the-pursuit-of-happiness/

제임스의 신보 The Colour in Anything의 발매에 맞춰 피치포크에 올라왔던 인터뷰를 한국어로 옮겨보았습니다. 

- 기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링크를 따로 걸어두었습니다. 이 부분은 보라색으로 표시해두었어요.

-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곳에는 각주를 달아두었습니다.

- 내용이 꽤 긴 관계로 포스트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_ㅜ 이곳에서 이어지는 포스트입니다. 


전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The Colour in Anything은 어떤 앨범이라고 생각하나요?

보다 광범위하고요, 많은 변화와 성장, 그리고 많은 자기 발전과 성찰의 부산물이에요. 저의 인간 관계가 그런 류의 변화들에 촉매 작용을 했어요. 과거 몇 년 간 함께 했던 사람[각주:1]이 저를 향해 거울을 눈이 부시게 들어보였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는 외동으로 자라다가 21살 때 유명해졌는데 petri dish(세균을 배양할 때 쓰는 접시) 안에 담겨져, 발전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공감 능력을 더욱 확실하게 가지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진 건가요?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의 상당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것들이에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형제자매와 함께 자랐거나, 아주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전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은 유난히도 평범한 성장 과정과 거리가 멀어지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뭔가 지킬만한 또는 갈구할 만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건 제 자신을 돌보는 것이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정말 대단했지만, 고통스러웠죠.


이번 앨범은 이전작보다 더 광범위한데요, 당신이 연주하는 스타일의 다양성과 러닝 타임 모두에서요. 이번에는 더욱 대담한(ambitious)한 앨범을 만들겠다고 마음 먹은 건가요?

아뇨, 기묘했어요. 체계적이지 않은 삶을 살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금방 갖게 돼요. 자신을 바쁘거나 활동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바로 그런 메커니즘을 배우지 못하고, 다소 비생산적인 습관에 빠지죠. 저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지만, 이리 저리 (작업을) 미루며, 기본적으로 평범하게 살려고 시도했었어요. 저는 더 자유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서(I needed to improve my headspace), 정신적으로 발전하는데 한 해를 보냈어요. 그렇게 해서 이번 앨범에서 다수의 잘 된 곡들을 쓸 수 있었어요.


당신은 이번 작업에서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도 말하고 있네요

- 레코딩 중,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일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번 앨범 작업을 끝내지 못할 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노트북으로 음악을 만드는 건 사교적인 면에서 가장 고무적인 프로세스는 아니잖아요.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구덩이에(sinkhole)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아 됐고, 다른 엔지니어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Frank(Ocean)와 작업하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는 이번 앨범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이에요. Frank의 작업 방식, 작곡하는 방법, 장점, Frank라는 사람 자체요.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죠.

  전에 Frank의 곡을 만들 때, 그와 같이 만들던 곡에서 딱히 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코드 전개가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제가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프로듀서가 같이 작업실에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아니, 내 생각엔 그 코드 괜찮은데” 라더라구요. 전 “아뇨, 아뇨”라고 했죠. 그러자 그는 “이건 Frank의 음악이잖아요”라고 강조했어요. 그건 바로 제가 몇 년 간 혼자서 작업하면서는 배울 수 없었던 것이었죠. 프로듀싱의 첫번째 교훈이란, 놓을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었어요. 결국엔 Frank의 비전(vision)만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었어요. 상황이 바뀌어서, Frank가 제 음악에 어떤 특정한 견해를 갖고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제 직감과도 관련된 것이잖아요. 그러나 그런 깨달음은 제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동시에 Frank Ocean의 앨범이 기다릴만하다고 말하네요, 그렇죠?

, 제가 아는 한에서는요. 바뀔지도 모르지만요. 그가 뭔가를 이뤄낼 거예요, 진짜로요.  



음악적인 측면에서, 이번 앨범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려 했나요?

피아노 앞에 앉아서 노래를 더 많이 부르며 연구했었어요. Justin Vernon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훌륭한 프로듀서죠. -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를지 몰라도요.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사람이고요. 사실은 Rick(Rubin)과 매우 비슷해요.Justin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사람이에요.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죠. 처음 만났을 때, 마치 길 양쪽 끝 어딘가에 서로 떨어져있다가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요. 진짜 이상한 느낌이었죠. 스튜디오에서 Justin은 “오, 저 곡에서 이런 코드가 마음에 들어” 같은 말을 해주고 제게 자신감을 심어줘요. 다른 사람과 함께 마이크 앞에 서서 녹음을 하는 것도 새로웠어요. 이전에는 그렇게 할 만한 환경은 없었거든요.  


전에 한 번 Kanye와의 작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빠져있네요. 진행되지 못했던 건가요?

뭔가 하려고는 했었어요. 어떤 연유로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는지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요. “Timeless”라는 곡에 Kanye가 참여하길 원했는데, verse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그의 인생을 큰 사건이 휩쓸고 지나가서(a huge swath of things happened), 제가 그냥 한 발 물러난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앨범의 분위기가 바뀌었기에, 앨범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지만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려고 Kanye와 작업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 Kanye가 제 앨범 작업에 참여하길 원했어요.


실제로 만났었나요?

, 우스운 경험이었어요, 왜냐면 (그가 살고 있는) 그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가 “Hidden Hills에서 만납시다”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거기에 가 본 적이 없었어요. - 대문도 있고 모든 것들이 갖춰진, 거의 셀럽들의 별장 같은 거예요. 제 인생에서 가장 정신없이 운전했던 경험 중 하나였네요. [GPS] “Hidden Hills”라고 입력했었는데 무슨 농장 한 가운데에 도착했던 거예요. 그리고 지각도 하고 그닥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미국 사람들과의 경험이 떠올라서, 저는 “아, 만약 Kanye가 늦는다면, 내가 늦을 일은 없겠지(it's not going to happen)”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당신이 늦었군요?

두 시간이나 늦었어요. 도착하고 나서 “정말로 죄송합니다”라고 했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Kanye는 정말 개의치 않더라구요. 진짜 친절했어요(lovely) 그러니까, 말하자면, 사교적으로는 좋은 결과였어요. 음악으로는 나오지 못했지만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당신은 멜랑콜리한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죠. 이번에는 그런 평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나요?

제가 과거에 했던 음악들을 들어봤는데 딱히 제가 행복한 사람으로 들리진 않더라구요. 과거의 그 시간 내내 제가 꽤나 불행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제가 그 어떤 것도 즐기지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제 커리어 초반 4년 간의 시간 동안은 -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은 즐기려고 했었다고, 선명한 색감으로 회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몇몇 부분은 회색으로 빛바랬어요. 저는 (음악을 만들 때에는) 제가 행복하든 슬프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세심한 감성 그리고 세상에 대한 반응이 중요한 거예요. 전 단순히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안감과 우울의 끝나지 않는 순환 속에서 머무는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삶을 살아가는 치명적인 방법이었네요.

전적으로요. 처음에 발매했던 두 앨범에서, 제가 아주 자랑스러워했던 음악들을 생각하는 것만큼, 전 더이상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들도 보았어요. 이렇게 앉아서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요. 모두 색채를 띄고 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 제가 알게된 건, 사람들은 당신이 유명해졌다고 생각하면 당신이 어떤지에 대해서 질문하기를 멈춘다는 거예요. “당신 커리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깊이있게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그러니까 “당신 괜찮아요?”라고 묻는 걸 멈춰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당신이 괜찮을 거라고 가정하니까요. 그리고 주말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걸 멈춰요. 그래서 당신이 정말로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려면 조금의 수고가 필요해요. 제가 Brian Eno의 집에 차를 마시러 방문했다는 게 당신이 금요일 밤 클럽을 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되지는 않아요.


저는 덥스텝 타입의 사람은 아니지만...

- 저도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런 느낌의 음악을 만든다는 건 더 한 불행(doom)과 우울감과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제가 그런 음악들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오, 이런 음악엔 정말 춤을 출 수가 없잖아. 멜로디도 하나 없고”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걸 들었는데, 굉장히 재밌었어요. 동시에 저는 “무슨 말이야?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걸 가장 완벽하게 표현해낸 건데” 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해요. 이제 좀 알 것 같네요.  


  1. 1) 제임스의 옛 연인이었던 Warpaint의 Theresa Williams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_ㅜ [본문으로]

문: http://pitchfork.com/features/interview/9889-james-blake-and-the-pursuit-of-happiness/


제임스의 신보 The Colour in Anything의 발매에 맞춰 피치포크에 올라왔던 인터뷰를 한국어로 옮겨보았습니다. 

- 기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링크를 따로 걸어두었습니다. 이 부분은 보라색으로 표시해두었어요.

-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곳에는 각주를 달아두었습니다.

- 내용이 꽤 긴 관계로 포스트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_ㅜ


번째 앨범 발매에 이어서, James BlakeFrank Ocean과 함께 작업했던 일, Kanye West와의 미팅에 지각했던 일,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정의했던 우울함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James Blake가 어떤 점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메이저 레이블과의 계약으로 그의 커리어가 도약했던 것으로부터 6년 동안, 이 영국 작곡가는 우울하고도 Dub 사운드로 변형된 (dub-inflected) 작곡 형식의 대가가 되었다. 그의 특색있는 팔세토 창법 - 처음에는 미스터리한 일렉트로닉 트랙 가운데 간간이 쓰이다, 이제는 그의 음악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특징이 된 - 은 리버브와 디지털화를 통해 왜곡되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쓸쓸한, 또는 로봇 같은, 또는 정교하게 조합된 그의 애가(elegies)가 갈망하는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느껴지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것들이 비평적인 면에서 찬사를 받았던 앨범 두 장만큼의 가치로 표현된 후, Mercury Prize 수상 및 Brit AwardGrammy 후보에 오른 뒤, 그리고 수백 개의 월드 투어 일정 후, 그는 음악계에서 가장 수수하고 슬픈 남자들 중 하나로 알려질만 하다. 그는 Bon IverJustin Vernon를 따라다녔던 똑같은 농담을 듣는다 - 알다시피, 그들이 마법과도 같은 숲속의 동물들[각주:1]이라는 말들 (두 사람이 지금은 친한 친구면서 협업자(collaborator)라는 사실이 놀랍지만은 않다) - Blake는 그의 무덤덤한 대외적인 언행들이 - 혹은 그의 유령들린 숲속 뮤직비디오- 이 그런 이미지를 떨쳐내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제가 제 자신은 이렇다고 생각했던 - 또는 아마도 제 자신을 이렇게 보여주려고 시도했던 -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진지함”(serious)이었고요. 27세의 뮤지션은 마지막 단어를 경멸하듯이 강조하며, 마치 그러한 태도가 있었다는 것조차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4월 중순, BlakeMalibu 항구 끝자락의 레스토랑 갑판에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었다. 새들이 그려진 민트색 꽃무늬 셔츠를 입고, 샐러드를 먹고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옆 테이블에서 소리를 지르는 유아들을 보며 시덥잖은 농담을 하는 Blake는 사람들 가운데 열린 공간에서 완벽하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작고 동그랗고 여러가지 색으로 빛나는 선글라스 - “groovy”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 는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를 주는 큰 키가 없었더라면 그를 얼빠진 사람으로까지 보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겉모습만 보았을 때, 그의 최신작인 2013년의 Overgrown 이후 지난 3년간 많은 것이 변한 듯 했다.

그 동안, Blake수많은 정상급 아티스트들[각주:2]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냈다. (Justin) Vernon, Kanye West, Drake, Vince Staples, Rick Rubin, 심지어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Frank Ocean까지. 그리고 이곳 Malibu에 있는 RubinShangri-La 스튜디오는 그의 새 앨범 The Colour in Anything의 괜찮은 부분들이 탄생했던 곳이다. Blake는 이번 앨범이 그가 성인이 된 후 가장 건강하고 창작력이 풍부했던 몇 년간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편안해진 태도는 그에게만큼 필자에게도 새로운 것이었고, 그는 그가 겪어온 변화를 분석하는데 열의를 보였다



이번 앨범을 위해, 저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받자고 결정했어요.” Vernon과 사이키델릭한 뉴질랜드 출신 Connan Mockasin과 같은 게스트진, 뿐만 아니라 Ocean의 작곡 참여 및 Rubin의 프로덕션까지 참가한 신보에 대해 그가 말한다. Blake 특유의 화성- 끝나버린 관계와 현대 시대의 삶에 대한 가슴아픈 헌정 - 도 여전히 드러나는 반면, 어쿠스틱 피아노의 즉흥연주와 자기 성찰 더욱 가미되었다. 어떤 곡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심한 감정 노골적으로 (blatantly) 들려준다, 앨범 일러스트 커버의 비틀린 나뭇가지 속에 그려진 나체의 여인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75분의 길이임에도 - Overgrown2배에 가까운 - 앨범은 또한 덜 강박적으로 (obsessed-over) 느껴진다. 러한 느슨한 속성은 아마도 어느 정도는 그가 새로이 찾은 콜라보레이션과 도움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된 덕분일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보낸 뒤, 그는 모든 것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려고,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려 의식적인 노력을 해왔다. (새 앨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Ocean이나 (그가 비트를 만들어주었던) Staples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거나, 혹은 바깥 세상으로 돌아가 친구들과의 지나간 우정을 회복하려 하면서 Blake는 지난 3년을 그갑작스런 성공에 뒤이어 스스로 파놓았던 어둡고 침울한 구덩이에서 의식적으로 빠져나오는데 할애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업보(karma)를 믿는다면, 이러한 개인적인 발전이 그에게 보답을 해주었을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The Colour in Anything은 최근 온 세상을 멈추게 한 팝의 한 수인 Beyonce의 신보 Lemonade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낸 직후 공개되었다. 앨범을 여는 첫번째 트랙을 작곡한 것에 더해, 그는 “Forward”를 함께 작곡하고 노래했다. 이 곡은 비주얼 앨범에서 가장 충격적인 화두를 던지는(sobering) 부분으로, Eric Garner, Trayvon Martin, 그리고 Michael Brown[각주:3]의 어머니들이 세상을 떠난 아들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이미지가 화면 위를 지나간다. Blake의 커리어는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들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순간에 그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하게 울려퍼지는 순간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한 관점을 보인다.(And he’s never seen more clearly)


Lemonade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요?

- Beyonce가 저를 찾아왔어요. 그녀를 만났을 때 저는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고요.  그녀는 사랑스러웠어요.        Beyonce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어울리는 무언가가 떠올랐어요. 그녀의 멜로디가 제 아이디어를 장식해주었죠. 생각해보면 그 아이디어라는 건 그녀의 가사들을 약간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었는데, 그 때는 깨닫지 못했어요. 제가 착각을 해서 Beyonce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을 해보였죠. 하지만 그녀가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상관 없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제 버전이) 사용되었고요. Blue Ivy도 같이 있어서 좋았어요. Blue Ivy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는데, 이건 엄청난 칭찬이에요. 왜냐면 아이들은 전혀 거짓으로 꾸며내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이 곡을 작업하기 전에, Beyonce동업자들과 한동안 연락을 했었나요?

- 그렇게 오래는 아니었어요. 그녀는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정말 유명한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인간적인 느낌을 갖는 건 드문 일이에요. 그쯤 되면 마치 기름칠이 잘된 기계 같은 느낌이 들고 가끔은 그런 경험이 다소 무미건조하기도 (sterile) 해요. 저는 정말 함께 앉아서 음악을 만드는 그런 옛날 방식으로 누군가와 함께 작업하는 걸 즐겨요.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까봐 조금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그녀가 만든 것들을 가지고 작업했고 협업을 했어요. 러한 작업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정말 좋았어요. Beyonce만큼 뛰어난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만큼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과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음반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참으로 확신할 수 없지만, 그녀는 정말 뛰어난 작곡가이자 가수예요.  


당신의 곡이 앨범이나 영상에서 어디에 또는 어떻게 들어갈지 예상할 수 있었나요?

- 전혀요. 제 곡이 등장했을 때, 그리고 잠깐의 시간 동안 Beyonce가 저와 화음을 맞출 때 기쁘고도 놀랐어요. 처음에 들었을 땐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리고 그 곡이 영상에 쓰인 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들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요. 제겐 영광이었어요.


당신이 체감하는 반응들은 어떤가요? 주변 사람들도 놀라워했나요?

- 네. Beyonce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줬어요. 먼 친척들까지 제게 연락 했었어요. 진짜 예상치 못했는데. 엄청난 과찬이었어요.


당신의 앨범과 발매일이 가까웠던 건 우연인 건가요?

, 계획된 게 아니에요. Beyonce가 어느 시점에 앨범을 발매할지는 잘 몰랐어요. 그렇지만 정말 타이밍이 좋았죠.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1. 1) Evelyn이라는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Beyonce의 Lemonade 앨범 reaction 비디오의 약 56초 지점에서 제임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니아의 숲에서 튀어나온 사람이라고.... [본문으로]
  2. 2) 원문: a cornucopia of top-tier talent / cornucopia란 “풍요의 뿔”로, 뿔 모양 바구니에 과일과 꽃을 가득 채운 도상을 의미 [본문으로]
  3. 3) "Black Lives Matter"운동을 촉발시켰던 사건의 희생자들. 자세한 이야기는 http://edition.cnn.com/2014/12/12/us/martin-rice-brown-garner-mother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