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음악 이외의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고 그래서 많이 어색하긴 합니다만, 이제는 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서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분의 삶도 관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와 자식, 특히 아버지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 긴 글이 될 것 같다는 점, 먼저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아버지는 꽤 엄격합니다. 꼼꼼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 이건 좋게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 가감없이 말하자면, 감정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가족의 집안일 실력을 믿지 못해 다섯시간이고 여섯시간이고 온 집안 청소를 본인이 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가족구성원이 개입을 한다면, 굉장히 화를 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을 때도 화를 내곤 합니다. 자기가 이렇게 하는 동안 나머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면서.



현재 3주째 저와 냉전 중인 일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저는 가끔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버지 회사일을 도와드리곤 합니다. 대부분은 간단하고 루틴한, 사소한 업무라서 그리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는 않거든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매번 문의하던 일을 이번에도 했었죠. 그러나 결과물을 보고 아버지는 대노하셨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어쩐지, 중간에 한 단계가 조금 이상하긴 했었지만, 작은 에러라고 여기고 넘겼던 저의 판단이 실수였던 거죠. 그래서 다시 하겠다고, 다른 조치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아버지의 화는 오히려 크게 번져만 갔습니다. 얼마전에 트위터 상에서, 부모들은 자식들의 뭔가가 마음에 안 들면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었던 다른 무언가를 억지로 갖다대어 말도 안되는 상관관계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트윗이 돌았는데, 딱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제가 음악을 듣고 음반을 모으고 글을 쓰는데 정신이 팔려 이런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회사에서도 이렇게 일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일이었다면 미리 말을 해주면 좋았을텐데. 조금 너무하고 억울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게 귀책사유가 있기에 그 비판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아버지의 말을 듣고서 저는 아버지를 분노케 한 이유가 저의 잘못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일을 다시 처리하는 과정이 얼마나 짜증나는지를 성토하시면서 이렇게 소리치셨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새파란 직원놈한테 내가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단 말야!”


아버지는 회사에서 꽤 높은 직급이십니다. 이 회사를 오래 다니셨죠. 그리고 당연히 그 회사는 말단 사원부터 회장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모여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 회사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겠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고 연차가 적은 직원에게 실수를 고백하고 부탁을 하는 것이, 아버지를 그렇게 화나게 했던 메인 팩터 중 하나라니. 저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을 자신보다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대한다는 것에서 한 번, 그런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을 그렇게 화가 날 정도로 수치스러워한다는 것에 또 한 번. 그러면서, 아버지가 부탁을 할 그 직원 나아가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의 회사생활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런 권위적인 사람 앞에서, 그런 감정 기복으로 일하는 사람에게서, 얼마나 경직된 채 생활을 할까요.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가족 내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감수하고 있었지만, 그게 결코 가족 내에만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저의 실수로 인해 권위가 꺾일 자신의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견디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건 ‘무시당한다’라는 것과 연결되고요. 실제도 저 말 다음에 그 말을 했습니다. 자식이 아버지를 사회에서 무시당하게 만들었다고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를 무시했다고,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무시당한다’라는 말은 아버지급의 남성들이 자주 토로하는 억울함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남성가해자/피의자를 다룬 기사 꼭지에서 ‘왜 날 무시해’라는 문구를 종종 보았던 기억도 있네요. 그러니 자연스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체 그 ‘무시당한다’라는 감정은 무엇이고, 그것이 왜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아버지들을 분노케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무시’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1.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2.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김’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시’라는 말로 표현되는 상황들이 꼭 이런 정의에 부합하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도 있고, 자신을 조금 접고 들어가야하는 상황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장이 잘 먹히지 않거나 마음먹은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런데 그런 상황조차 ‘무시’라고 명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내 생각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주지 않는 건 상대방이 날 하찮게 여겨서라기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스개소리로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는 세 가지는 주량, 타자실력,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라 말하곤 하는데, 제가 말하는 불신이란, 사람들이 꼭 내가 생각한대로만 움직이지도 않고 내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의도를 가지기도 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정말 단순히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제가 상대방을 잘못 이해해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만약 무언가가 그래서 잘못됐다고 하면, 다시 하면 될 일입니다.이건 제가 다니는 회사와 동료들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루틴한 업무가 적고 매번 다르게 일어나는 이슈와 프로젝트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1안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원인 제공자를 힐난하는 것이 아닌 2안의 모색과 재빠른 실행이라고 저는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2안을 모색하기보단 이미 지나가버린 일, 그리고 그 일의 귀책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는 것, 그것이 바로 ‘무시당했다’라는 감정에 수반되는 행동인 건 아닐까요. 왜냐면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건 대안을 수행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은 아닐테니까요.



실제로 ‘무시당했다’라고 여기는 감정은, 정말 그 사람이 당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 상상을 덧대어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자신의 모습을 상정한 결과 빚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사회가 부여하는 아버지라는, 또는 상급자라는 권위가 지켜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미리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아까 사전을 찾아봐서 말인데,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김’이란 정의에 부합하는 경험은 저에게도 꽤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을 때, 아버지는 제게 마지막 마디만 좋았다고 하셨고, 시험을 망쳤을 땐 첫끝발이 개끝발이라는 말을 달고 사셨습니다. 나중에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자폐증 의심 증상을 보여 의사가 진료를 권유했으나 아버지로부터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고 했었답니다. 그림일기에는 종종 기다란 뭔가를 들고 있는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저의 모습이 그려져있곤 했습니다. 요즘도 뭔가 제안을 드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정정하면, 거기에도 크게 화를 내시곤 합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께 필요 없는 존재라고 말을 던지고 가십니다.



무시당하는 게 싫은 아버지는, 어쩌면 자식을 포함한 다른 대상을 무시하면서 무시당하지 않을 자존심을 키우고 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저와 우리 가족이 겪는, 또는 어쩌면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겪을 일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이건 너무 늦은 깨달음이라 이미 때가 한참 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장님과 파트장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것처럼, 잘못된 걸 알았으면 이제라도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내면, 의아해한다기보다는 공감의 언행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기에서 이 문제가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어선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결책과 대안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가 아버지가 될, 아버지가 된, 또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자녀들(특히 여성들)을 위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moonrises 2018.07.29 21:23


*출판사 사이행성에서 모집한 《어려운 여자들》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서평단에게는 총 21편의 단편 중 8편만 실려있는 발췌본이 제공되었으며, 8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언니가 가면 나도 갈래>, <물, 그 엄청난 무게>, <어려운 여자들>, <어떻게>, <유리심장을 위한 레퀴엠>, <나쁜 신부>, <나는 칼이다>, <이방의 신들>


폴 버호벤의 <엘르>는 주인공 미셸을 둘러싼 사건들, 그리고 그녀의 비밀과 심리를 통해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다. 살인자의 딸, 강간 피해자, 게임회사의 CEO 등, 미셸을 설명할 수 있는 문구들은 다양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미셸을 설명하지 못한다. 마치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에 이 영화의 제작 의도가 있는 것 같이, 미셸은 관객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선택지를 택하며 극을 이끌기 때문이다. 당연하고도 합리적이라 믿었던 것들이 하나 둘씩 어긋나면서, 관객들은 기존의 고정관념, 특히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이미지들에서 벗어나 미셸이라는 개인의 심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는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거나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흔히 "어렵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전제하는 것은 복잡함으로,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록산 게이가 자신의 단편소설집에 《어려운 여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 인물을 다루는 일반적인 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성적인 착취와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 가족과의 갈등과 같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배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엘르>의 미셸과 같이, 이 여성들은 그러한 경험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이들은 클리셰를 벗어나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세상과 마주한다. 그것은 형제와의 유대관계, 동성 연인의 믿음,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공격성의 발현 등, 일원화될 수 없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결국 독자들이 그들을 "어렵다"라고 평가하게 되는 주된 원인은 인물들의 생동감과 "사람됨"에 존재한다. 우리는 인간 관계에서 항상 상대방의 성격과 특징을 정의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들도 역시 사람이기에, 때로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유독 여성들에게는 좀처럼 적용되지 못했다.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적인 시선(이라 쓰지만 주로 억압에 해당할 것이다)은 그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옷차림, 행동 양식 등, "여성성"의 이름으로 여성들은 끊임없이 규제됨과 동시에 (성적) 대상화되고,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지만 게이의 글에서 여성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어려운 여자들》 속 여성들은 더이상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입체적인 인간으로서 살아 움직이며, 여성들은 비로소 "어려운"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는 급진적인 개념이다"(Feminism is radical notion that women are people)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말하듯, 그동안 문학을 포함한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은 인간(아마도 남성)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객체화의 굴레 속에서, 여성은 지배권력이 원하는 모습대로 가공되었고, 거기서 벗어나는 여성들은 사회에서도 격리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여성은 2차원의 이미지처럼 납작하게 묘사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도 3차원의 세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3차원의 입체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어려운 여자들》 은 그러한 사실을 대중에 환기하는 매우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여자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쩌면 "여성"이 "사람"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by moonrises 2017.07.11 00:20


2016년을 마무리하며, 다수의 매체들은 Solange의 'A Seat at the Table'을 최고의 음반으로 선택했다. 앨범을 채우고 있는 유려한 R&B 트랙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지만, 이 앨범을 무엇보다도 빛나게 만드는 것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타고 전파되는 강한 메시지다. Solange는 이 앨범을 통해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담하고도 직설적인 어조로 말한다. 


싱글 컷된 곡 'Don't Touch My Hair'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Solange는 이 곡을 통해 흑인 여성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외부의 시선과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데, 가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Don't touch my hair

내 머리를 건드리지 마

When it's the feelings I wear

그건 내가 드러내는 감정이야

Don't touch my soul

내 영혼을 건드리지 마

When it's the rhythm I know

그건 내가 아는 리듬이야

Don't touch my crown

내 왕관을 건드리지 마 

They say the vision I've found

그들은 내가 발견한 비전을 말하지 

Don't touch what's there

그냥 건드리지를 마

When it's the feelings I wear

그건 내가 드러내는 감정이야


여기서 머리(hair)는 영혼(soul)과 왕관(crown)과 같이,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되는 요소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흑인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afro-textured hair로 분류되는 흑인들의 머리는 그 특유의 성질로 인해 열을 가한 펌 또는 일직선으로 곧게 편 스타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afro-textured hair를 위한 전용 헤어 제품이 따로 출시되기도 하며, '레게 머리'와 같이 흔히 흑인 스타일로 분류되는 dreadlocks, cornrow, 또는 braids 등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흑인들에게 머리란 다른 인종과 달리 스타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에게 헤어스타일이란 흑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흑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헤어스타일을 저항의 표시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미용 산업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시도하기도 하면서, 헤어스타일과 미용을 자신들의 존재를 가시화 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dreadlocks의 경우 자메이카를 발상지로 하는 종교인 라스타파리(Rastafari) 교인들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종교적인 의미도 함께 갖게 되었다. 

그러나 흑인들이 헤어스타일에 부여하는 이러한 의미가 타인종에게는 가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들에게 흑인 고유의 헤어스타일은 규범을 벗어난 일탈 또는 흥미로운 구경 거리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흑인 학생들은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dreadlocks는 금지되곤 한다. 이렇게 억압과 차별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헤어스타일은 또 한 편으로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처럼 받아들여지는 양가적인 속성을 지닌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게재된 인터뷰에서 Solange는 이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저는 패션 화보를 비롯해 패션과 연관된 여러 매체에 많이 참여했다고 생각하는데, 패션업계는 아직도 백인이 지배적인 산업이어서, afro인 제 머리를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그것이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의 덧없음을 느끼기도 해요. 유명 잡지의 한 백인 에디터는 할로윈을 맞아 얼굴을 검게 칠하고 afro 가발을 쓰며 자신을 Solange라 칭하더군요. 연예인 닮은 꼴을 주제로 했던 또 다른 잡지에서는 저를 개에 빗대었어요. 제 머리가 말 그대로 개를 닮았다면서요. 그래서, 머리는 제게 컴플렉스예요. 어머니께서 제가 2회 연속으로 진행했던 공연(two-show run)에 오셨는데, 4일 간의 여정에서 그 모든 micro-aggressions(일상 속에서 의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소수자 차별)을 겪으면서 저는 어머니께 제가 스트레이트 펌만 했어도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이 곡은 매일 일상 속에서 나의 정체성이 도전받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것이에요. 머리를 만지는 행위 자체도 매우 문제 있는 것이지만요!"


흑인들은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되나, 그들을 배제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스타일을 칭송하기도 하며, 따라하기도 한다. 흑인이 아닌 인종들이 선보였을 때 아름다워 보이고 멋져보이는 스타일링이라는 평가 이면에는 이로 인해 낙인이 찍히는 흑인의 존재가 지워진다. 이렇게 동일한 스타일을 두고 인종간의 위계질서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것이 유래된 맥락과 의미는 제거된 채 차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라는 이름이 붙는다. 따라서 Solange가 말하는 '건드린다'라는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인 간섭이나 억압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음대로 가져가 제멋대로 활용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노래는 이와 같이 이어진다. 


They don't understand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

What it means to me

그게 내게 무슨 의미인지

Where we chose to go

우리가 어디로 가기로 했는지

Where we've been to know

우리가 어디에서 알게 되었는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향한 폭력적인 시선은 억압의 양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탄압의 양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차용하고 활용되는 것 역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다. 그래서 패션을 포함한 대중문화(특히 흑인 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힙합 문화)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흑인들의 헤어스타일은 문화적 전유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중 문화의 역할 중 하나는 그 사회의 합의점 또는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국 사회가 담고 있는 논리를 재생산하는 촉매 역할을 수반한다. 따라서 차별/혐오와 같은 맥락을 지니는 행동을 그대로 담아낸다면, 이 사회에 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도 무방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같다. 비록 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그 의도없음조차 약자/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서양문학에서 통용된 라틴어 구절인 'Noli me tangere'는, 부활한 예수가 그와 마주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건내는 말로서, 직역하면 '내게 손대지 마라'라는 의미를 지닌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토마가 예수의 몸에 난 상처를 직접 만진 뒤 그것이 사실임을 깨닫고 뉘우치는 장면 역시 잘 알려진 예화로, 카라마조의 명화로도 남아있다. 이렇게 누군가의 신체를 만지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불손하거나 불경한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흑인들이 마주하는 문화적 전유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맥락일 것이다. 이제는 문화적 전유가 이루어져 온 과거를 되짚고 그 안에 담긴 혐오와 차별의 맥락을 뜯어보아야 한다. Solange가 후렴구에서 던지는 이 끊임없는 질문은, 이제 우리 앞에 던져진 숙제와도 같을 것이다. 


What you say to me?

내게 뭐라 한 거야?


by moonrises 2017.02.13 00:17

source: http://www.mhpbooks.com/2014-the-year-of-reading-women/

올해는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지라 이것 저것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동안 읽은 책들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정리해봄. 

(1)이라고 번호를 붙인 건 아마도 이게 끝이 아닐 거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읽고 계속 쓰고 싶다.

※ 어찌저찌 이 포스트를 읽게 되실 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을 드리고자, 책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자세히 얻을 수 있는 알라딘 페이지를 링크해 두었습니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새 창으로 열립니다.


1.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우에노 치즈코 지음 / 나일등 옮김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같이 페미니즘 입문서로 자주 손꼽혔던 거로 기억하는데 입문용이라 할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던 거 같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면 텍스트에서 눈을 떼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일본에서 발생한 사례들(일왕 가문/OL 등)를 주로 언급하나, 그를 관통하는 여성혐오/페미니즘은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하기에 읽기에 별 무리는 없었다. 

- 남성으로 구성된 사회 집단을 일컫는 호모소셜로 대표되는,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서 세세히 밝히며 챕터별로 여러 예시를 들어 이를 보충하는데, 아버지/어머지/아들/딸과 같은 가족 관계에 좀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 여성들이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족 내에서 받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향에 비추어보면 매우 의미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함


2.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 오찬호 지음

- 우에노 치즈코가 말한 호모소셜의 작동 원리가 한국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 한국 남성의 눈으로 본 남성 위주의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꼬집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사회를 경험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어떻게 여성혐오적인 사고를 재생산하며, 그것이 남성 집단 내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비되는가에 대해 알 수 있었기 때문. 남성이 아닌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들이 가능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내부 논리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깨달을 수도 있다.

- 이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한 번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여성에게는 한국 호모소셜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남성에게는 자기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왜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


3.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이민경 지음

-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여성혐오가 왜 해로운지 알고 있음에도 이에 반문하는 의견에 실제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하면, 실전(?)을 위해 이 책을 참고하는게 좋다.

- 이 책은 페미니스트임을 밝혔을 때 받곤 하는 예상 반격을 범주화하여, 그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모든 반론과 조롱에 대해 꼭 대답을 해야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부분이다. 페미니스트, 특히 여성들은 그들의 의견에 영원히 동의하지 않을 태도를 갖췄음에도 자신을 설득해주길 원하는 수많은 여성혐오자들과 마주하며, "조곤조곤"하고 완벽한 논리로 주장할 것을 은연 중에 강요받곤 하기 때문이다. 약자들에게 강요되곤 하는 도덕적/논리적 완결성에 반격하는 이러한 전략도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텀블벅을 통한 프로젝트로 첫 선을 보인 이 책에 이어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라는 또다른 도서가 발매를 앞두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가 크다.


4.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레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맨스플레인"이라는 용어를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책. 제목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으나, 맨스플레인에 관한 세세한 설명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되면 약간 의아해질 수 있다. 는 내가 그랬다.

- 저자가 다루는 페미니즘이라는 이슈는 사회의 다양한 면을 아우르고 있다. 경제, 미술, 문학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자유롭게 인용하는 글들을 읽고 나면, 젠더 문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던 분야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을 갖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이 사회에 페미니즘이 매우 필요하다는 강렬한 증거가 된다.

- 이 책은 페미니즘의 가치를 역설할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설파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도 주고 있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수잔 손탁과의 만남을 인용하면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 세상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준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페미니즘 이슈를 놓고 대화할 때마다 상당한 피곤함을 느껴서인지, 지쳤던 내게 위안이 되었던 책이다. 이 긴 싸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어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박은정 옮김  

-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지금만큼 페미니즘을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같이 읽다보니 너무나 가슴아픈 텍스트가 되었다. 

- 문학이라기보다는 논픽션에 가까운 이 책은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들을 만나 기록한 증언들을 엮어낸 작품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이기에 읽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특히 여성들에게는 상당한 억압이었다는 것이 드러나 있다. 작가가 만난 참전 여성들은 모두 참전의 기억에 괴로워하는데, 그 괴로움은 여성혐오적인 사회에 기인한다. 그녀들이 "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땋은" 여성이 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은 여성성이 만들어낸 억압이며,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외면받는 것에서 여성을 과소평가하고 역사에서 지우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몇몇 남성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여성 징병제가 실행된다고 해서 과연 이 여성혐오적인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해준 책이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사상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를 무리하게 마련한다 하더라도 사회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6. 『The Handmaid's Tale』 by Margaret Atwood

- 원서로 읽었는데 다행히도 번역본이 한국에 발간되어 있다. 그러나 원서도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라 도전해볼만 하다. 

- Oryx and Crake나 The Year of the Flood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극한의 세계 속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꼭 언급하곤 했던 저자가 본격적으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책이 무대로 삼는 Gilead라는 가상 세계에서 임신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은 Handmaid로 분류되어, 철저히 인류의 대를 잇는 도구로서 취급된다. 본래 이름도 지워진 채 "Of+그녀를 소유한 남성(작중에서는 Commander로 불림)의 성"을 붙여 명명되는 여성 중 한명의 증언을 통해 여성혐오의 극단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지금 사회에서 횡행되는 여성혐오에 대해 묵인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 앞에,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세상이 이런 거냐며 이 책을 던져주고 싶다.

-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맨 마지막 챕터인 Historical Notes에 있는데,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증언한 이야기들이 과소평가 되고 폄하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마지막 챕터 때문에 더욱 화가 나곤 하는데, 이 책이 미래의 가상 세계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이미 우리가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by moonrises 2016.09.18 22:45


- 앨런 튜링이 고안해낸 튜링 테스트란, 피험자에게 제시된 텍스트들을 통해 그 작성자가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분하게 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을 가늠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튜링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험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의와 그 특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테스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공지능이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데이식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튜링 테스트를 체험하는 것과도 같았다. 아이돌이란 무엇이고, 아티스트란 무엇이고, 둘 사이에 전혀 교집합이라는 없는 것인지,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WIN: Who Is Next?에서 YG 연습생들과의 배틀 주자로 첫 선을 보였지만 정작 소속은 JYP 내 싱어송라이터/아티스트 노선인 Studio J이며, 첫번째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만해도 방송 출연 없이 클럽 공연 및 버스킹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이 밴드는, 그 소속사를 이유로 아이돌 중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다른 밴드들과 함께 하는 공연에서는 확실히 그와 차별화된 분위기가 느껴지곤 한다.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요소는 오로지 음악에만 있지 않다.

- 가장 큰 차이는 밴드를 기획하는 회사와 그 밴드를 소비하는 팬들의 관점에 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음악 이외의 활동 영역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철저히 라이브 공연이나 음악 관련 프로그램(주로 커버곡을 선보이는 라디오) 위주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거 같다. 공연장과 팬싸인회에서 데이식스를 만나는 팬들은 그들에게 음악/공연 이외의 어필 포인트가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또 알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러한 "채널"들은, 예능/리얼리티/화보 등등 흔히 아이돌들이 활동기에 으레 거쳐가기 마련인 매체들을 포함하고 있다. 양측의 관점이 엇갈리다보니, 계속해서 원론적인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아이돌이란/아티스트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둘 사이의 경계에 머무는 것은 어떤 의미이길래.

- 그런 질문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팬들은 여전히 데이식스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으나, 회사는 사실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데이식스와 그 팬들에게 그 1년은 어쩌면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1년 밖에 안 된 이 팀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훨씬 많다는 점은 자명하다. 지금은 혼란 속에 던지는 수 많은 질문들이, 미래의 언젠가는 이 밴드와 아이돌, 케이팝에 대해 보다 명료한 정의와 발전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한다. 데이식스는 과연 어떤 밴드이며, 아이돌은 무엇이며, 케이팝은 무엇일까.  

by moonrises 2016.09.12 00:08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발매된 앨범 중 인상깊었던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역시나 순서는 딱히 없고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1. Beyonce - Lemonade

팝 음악계의 정점에 서있는 아티스트라는 건 자명하지만, 계속해서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듯한 과감함이 인상적인 앨범. Jack White, Kendrik Lamar, James Blake 등 개성 강한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도 극강의 매력을 과시하는 이 뮤지션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2. ANOHNI - Hopelessness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아직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느껴지곤 하지만(...) ANOHNI 특유의 음색과 다소 직설적인 가사가 매우 긴 여운을 남기고 감.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의 언어로 가사 번역본을 제공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3. Radiohead - A Moon Shaped Pool

Burn the witch / Daydreaming 같은 신곡과 Identikit / True love waits와 같이 라이브를 통해 먼저 선보였던 곡들이 어우러진 구성이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연상시킨다. 새로운 도전 속에서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밴드의 내공이 느껴짐


4.  James Blake - The Colour in Anything

17곡에 달하는 방대한(?) 길이의 이번 앨범을 천천히 듣고 있으면 제임스가 그간 켜켜이 쌓아온 생각과 고민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이번 앨범을 만드면서 경험했던 변화의 순간들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앨범이라 제임스의 팬이라면 더욱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을 듯. 


5. M83 - Junk

우주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유명한 M83가 이번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의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더라도 즐거운 추억 하나 쯤은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사운드가 너무 매력적이다.


6. David Bowie - Blackstar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이별 선물.


7. Tegan and Sara - Love You to Death

신스팝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강해진 청량함과 자매의 목소리가 무더위를 식혀주곤 한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져서 좀 더 듣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앨범 흑흑


8. Chance the Rapper - Coloring Book 

괜히 제목을 coloring book이라고 지은 게 아닌 거 같다. 콜라보도 콜라본데, 한 곡 한 곡 넘어갈 수록 다양한 색을 칠해가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Chance the Rapper는 이 앨범으로 처음 듣게 되었는데, 차기작을 크게 기대하고 있음


9. SLEEQ - Colossus

Jerry K.의 No role models의 마지막 파트에서 보여준 강렬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솔로앨범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한국 힙합에 손이 잘 안 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허수아비 때리기' 식의 디스와 근거 없는 허장성세가 묻어나기 때문인데, 그런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 


10. 코가손 - Pop 

코가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감정을 와장창 쏟아내는 것 같다가도 이내 섬세해지는 태도는 공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거 같은데, 언젠가 꼭 보러 가고 싶다


11. 푸르내 - 야생의 밤

오래 기다려온 것만큼 값진 앨범이다. 무덤덤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봄날 아침에는 유독 따스하고 섬세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이젠 얄개들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다.


12. ミツメ(mitsume) - A Long Day

미츠메 역시 다소 건조하고 무심한 사운드가 특징인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느낌이 묘하게 포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앨범 제목처럼 유난히 긴 하루를 보내고 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들이 가득하다



by moonrises 2016.07.12 00:15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발표된 곡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곡들을 정리해봅니다. 

순서는 딱히 없고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1. Radiohead - True love waits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앨범 음원을 링크할 수는 없어서, 최근의 라이브 클립으로 대체. 

 

2. David Bowie - Lazarus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R.I.P.


3. Pet Shop Boys - Happiness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다시 보여주셨고...만수무강 하세요ㅠㅜㅠㅜㅠ


4. The Avalanches - Colours

도대체 앨범은 얼마나 좋길래? 하는 궁금증을 낳게 한 싱글. 매우 매우 매우 아름다운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5. James Blake - I need a forest fire (feat. Bon Iver)

역시 믿고 듣는 제임스와 본이베어 조합. 둘이서 EP라도 같이 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음. 심지어 뮤비도 매우 좋다


6. MØ - Final song

다들 좋다고 하지만 나랑은 안 맏는 뮤지션 중 하나로 분류되곤 했는데, 이번 싱글은 엄청난 설득력을 지녔다


7. Classixx - I feel numb (feat. Alex Frankel)

Classixx는 뻔하게 보일 법한 곡에서 신의 한 수와도 같은 장치로 그런 분위기를 뒤집는 능력이 있다. 이 곡에서 쓰인 카우벨 사운드는 올해가 지나도 영원히 기억될 듯


8. Luna - Free somebody

올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곡을 꼽을 것 같다. 루나라는 가수는 이런 사람입니다ㅡ하고 꺼내어볼 수 있는 자기소개 같은 곡.


9. we hate jh - 표류

이 밴드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서로 비슷비슷해보이는 것일지라도.


10. Animal Collective - FloriDada

역시 애니콜은 이런 분위기가 제일 잘 어울린다. 트로피컬하고 왁자지껄하고 비현실적인 느낌


11, 태민 - Drip drop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떴을 때 온 타임라인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2. M83 - Moon crystal

마치 skit 같은 곡이지만 이 앨범이 지향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2분 25초 안에 모두 들어있다


13. Drake - Hotline bling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가 미친 영향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


14. Day6 - 바래

곡도 곡이지만 이 팀은 가사가 돋보일 때가 많다. 흔히 대중가요에서 타인(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있던 "바란다"라는 말을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면서, 잊고 있었던 새로운 생각들이 자라나곤 한다. 

 

by moonrises 2016.07.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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