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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2013 Albums of the Year

올해에도 참 좋은 앨범들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어쩌다 아이돌에게 마음을 뺏겨 버려  생각보단 신보를 많이 못챙긴 듯 합니다. 아이고야.

그래도 2013년의 끝자락에서 돌아봤을 때, "아 이거 참 좋았었지" 하는 앨범들을 써봅니다.

순서는 애정도와 상관없이 랜덤으로.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리스트임을 먼저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Arcade Fire - Reflektor

-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덕분인지 그야말로 '둠칫둠칫'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댄서블한 음반이 나왔습니다. 선공개된 Reflektor로 시작해서 We Exist - Flashbulb Eyes - Here Comes The Night Time까지 듣고 나면 한바탕 신나게 공연을 즐긴 듯한 느낌이. 두번째 CD에선 조금 더 차분한 분위기로 아케이드 파이어만의 철학이 담긴 사운드에 집중해줘서,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로 짝을 맞춘 Awful Sound It's Never Over는 환상적인 페어. 아, 아케이드 파이어가 영화 <그녀(Her)>의 OST를 맡았다고 들었는데, 이쪽도 기대하게 되네요.



James Blake - Overgrown

- 개인적으론 자소서와 이력서로 하얗게 불태웠던 새벽 노동요(...)로 가장 많이 들어서 그만큼 정이 쌓였^_ㅠ 그런데 이런거 다 차치해도, 정말 좋은 앨범이에요. 제임스의 음악이 품고 있는 정중동의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에선 그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더 확장됩니다. 멜로디, 보컬, 비트, 곡 구조 모두 흥미로워서, 다소 느린 템포의 곡들이 많음에도 매우 즐겁게 들을 수 있었어요. 넘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제임스의 '과잉성장'은 그 반례가 되는 듯 합니다.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때마침 내년 1월에 내한 공연을 갖네요. 이렇게 저의 최/차/삼애 뮤지션(뮤-제임스 블레이크-크리스탈 캐슬즈)이 모두 내한을ㅠㅜㅠㅜㅠ



Phoenix - Bankrupt!

- 앨범 제목은 파산(그것도 느낌표까지 붙여서 강조한)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채롭고 풍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인트로(그리고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Entertainment에서 보여준 활기찬 느낌이 한 곡 한 곡 넘어갈 때마다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도로를 달리는데, 이대로 직진하나 싶으면 옆 차선으로 빠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삼천포로 빠지진 않는. 그래서 매번 들을 때마다 신선한 인상을 받게 돼요. 올해 나온 앨범 중 제 폰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자리잡고 있는 앨범 중 하나. 내한공연을 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Bibio - Silver Wilkinson

- 봄에 나온 앨범이었지만 딱 듣자 마자 느껴진 건 가을. 따뜻함은 따뜻함인데 선선한 계절이랑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따뜻해지는 계절에 포근함을 더해주기보다는, 쌀쌀한 계절에 손에 쥐어지는 작은 따뜻한 위로의 느낌이에요. 한편으론 이 앨범은 마치 사계절을 그린 풍경화 연작을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봄 느낌의 The First Daffodils로 시작해서, 여름 햇살을 피할 그늘 같은 Mirroring All을 거쳐 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À Tout  À  L'heure를 지나 Look at Orion!에선 소리로 그려낸 은하수를 보여주며 겨울을 담아내요. 이렇게 10개의 곡들을 지나 You Won't Remember...로 여운을 남기며 끝내는 트랙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앨범 표지도 참 예쁘지 않습니까!



Classixx - Hanging Gardens

- 올해 최고의 일렉트로니카/댄스 앨범을 한 장만 꼽으라면 저는 이 앨범에 한 표를. 다른 생각 안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앨범이었어요. 앨범 커버 이미지가 올림픽이나 운동 경기에서 쓰일 법한 픽토그램을 연상시켜서 그런지, 듣고 있으면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네요. All You're Waiting For를 비롯해서, Holding on, I'll Get You 같이 캐치한 트랙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더 큰 임팩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세 곡 모두 싱글 컷된 곡들이네요) 클래식스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됩니다. 



Washed Out - Paracosm

-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Paracosm이란 용어는 "a detailed imaginary world, or fantasy world, involving humans and/or animals, or perhaps even fantasy or alien creatures"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용어만큼 워시드 아웃의 신보를 잘 요약해주는 단어도 없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은 워시드 아웃이 잘 가꾸어 놓은 테라리움을 청각적으로 구현해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가운데 공간감까지 느껴지게 하네요. 워시드 아웃이 어떤 뮤지션인지 이 앨범을 통해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Sigur Ros - Kveikur

- 캬르탄의 탈퇴 소식은 시규어 로스의 오랜 팬인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_, 하지만 Kveikur를 통해 밴드는 이런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캬르탄의 빈 자리를 잘 메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 3인 체제로 발표한 첫 앨범에서 시규어 로스는 클래시컬한 접근법을 내려놓고 초창기에 보여주곤 했던 다소 과감한 모습을 담아내며, 어쩌면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을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삼았네요.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선보였던 공연들에서 3-4곡 정도의 수록곡을 선공개했었는데, 충분히 그런 자신감을 가질만한 앨범이었어요. 시규어 로스의 새로운, 그러나 낯설지만은 않은 모습이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잘 들었어요.



Cut Copy - Free Your Mind

- 고백합니다. 컷 카피의 음악은 원래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몇 번 듣고 나서 "괜찮은데?" 하고 잊어버리곤 했죠. 그러나 이 앨범을 듣고 나서 과거를 반성하게 됐고ㅠㅜㅠㅜ컷 카피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흑흑. 엄청 달리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가라앉은 분위기도 아닌, 컷 카피만의 절제된 즐거움?이 정말 매력적으로 들렸어요. Intro에 이어지는, 앨범 제목과 같은 Free Your Mind가 주는 산뜻한 느낌이 금방 날아가지 않고 마지막 트랙까지 잘 유지됩니다. 무겁지 않고 은은하면서 지속력이 강한 향수 같은 앨범이에요.



Deerhunter - Monomania

- 이번 앨범은 예전보다 더욱 파이팅!이 넘칩니다. 듣고 있는 순간만큼은 걱정을 잃을 정도로. 라이브 앨범이 아닌데도 마치 연주 실황을 듣고 있는 느낌이라, 다 듣고 나면 어느새 T.H.M. Monomania를 브랫포드 콕스에 빙의해서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내한 공연이....다....했잖아요....ㅠㅜㅠㅜㅠㅜㅠ공연을 다녀와서 다시 듣게 되니까 더 좋아져서 올해의 명반에 올립니다. 편향된 팬심의 작용^_ㅠ후기는 조만간이 아닐지 모르지만 씁니다. 반드시 쓰겠습니다. 이건 기록해둬야해요. 엉엉.



SHINee - The Misconceptions of You

- 샤이니가 올해 선보인 세 가지 "오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맨 처음으로 나왔던 이 미니앨범. Dream Girl을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이 업템포 댄스곡인데다, 아름다워처럼 클럽튠을 도입한 곡도 있지만 전혀 과하단 인상을 주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물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방백이란 트랙이 있긴 하지만...제가 아이돌 앨범에서 굉장히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마치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발라드곡인데, 그런 뻔한 발라드 없이도 얼마든지 명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그 첫 사례는 f(x)의 Electric Shock!)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각각의 트랙들이 모여 그 이상의 매력을 발휘하는, 정말 "블링블링"한 앨범입니다. 그리고 온유야 좋아해ㅠㅜㅠㅜㅠ



f(x) - Pink Tape

- 역시 믿고 듣는 f(x). 타이틀 곡 첫 사랑니의 가사처럼 "어느날 깜짝 나타난" 정규 2집이라 매우 반가웠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더욱 더 반가웠어요. f(x)의 곡들은 확실히 소녀소녀한 면이 있지만, 그게 뻔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가져가는 소녀의 이미지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 하는 모습으로만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f(x)가 보여주는 소녀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Kick) 운동화를 즐겨 신는(Step) 활동적인 면도 보여주고, 친구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지만(여우 같은 내 친구), 사랑에 대해선 조금 어른스러운 생각도 하는(Airplane, Ending Page) 모습으로 구체화될 수 있어서 좋아요. 특정한 캐릭터가 가진 여러 가지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앨범입니다. 



비둘기 우유 - Officially Pronounced Alive

- 올 한해를 비둘기 우유의 신작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행복합니다. Aero 앨범 이후로 이게 얼마만에 듣는 정규 앨범인지 그저 감동할 뿐이네요ㅠㅜㅠㅜ저는 포스트락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따스함과 포근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 앨범에선 그런 느낌이 극대화된 느낌이에요. Blow Me Off High에서는 그런 따뜻함이 주는 희망을 얻었고, Trace에서는 비둘기 우유만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텍스쳐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3개 국어로 제목을 지은 마지막 곡 I Dreamed Kum in Yume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고 들을 수 있었어요. 찾아보니 현재 이 앨범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전량 회수하고 곧 다시 판매된다고 하는데, 얼른 이 앨범을 손에 넣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