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James Blake : Still Water Runs Deep

원본은 여기. Mercury Prize 수상자 발표 즈음 해서 Clash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오역 지적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제임스 블레이크: 잔잔한 물은 깊게 흐른다. (Still waters run deep. 생각이 깊은 자는 말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

 


Clash Mercury Prize 수상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세련된 사운드, 외모, 아트워크는 그가 자신감에 차있고, 침착하고, 또 절제된 사람이란 인상을 자주 주곤 한다. 그러나 잔잔한 물은 깊게 흐르며, 우리의 창백한 주인공의 예쁘고 진지한 얼굴 아래에는 예술적인 진정성, 기대감의 엄청난 무게, 그리고 경로를 벗어난 선박이 될지 모른다는 편집증에 대한 내적 갈등이 숨어있다.

 

Clash는 제임스를 그가 머무르는 Texas의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그는 SXSW 페스티벌에 와있지만, 재미로 온 것은 아니다. - 그가 말한 것처럼, 그냥 "기계의 톱니"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의 두 번째 앨범 Overgrown의 이야기를 전달할 다가올 몇 주 간은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그가 가질 엄선된 인터뷰들은 앨범을 반영하는 의식적인(conscious) 판단이다.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서 전 과거에 많은 것들을 하진 못했어요. 지금은, 그게 옳은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더 열려있고 밖으로 향해있어요(outward)."

 

Overgrown은 그의 데뷔작 그리고 2011년에 발매한 EP Enough Thunder에 기반한 야심과 공시적인(simultaneous) 연장선상에 있는 한편, 수록곡들은 전작보다 더 어둡고 복잡하다. 제임스를 지난 10년간의 가장 독창적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굳힐 엠비언트 찬가와 베이스 발라드인 것이다. 이 앨범은 밤에, 토끼들에게서 악마를 불러올 수 있을 위성들(moons) 아래에서, 고독을 일구는 별들 아래, 장거리 연애의 멀리 드리워진 그림자 안에서 쓰여졌다.

 

데뷔작 성공의 엄청난(buckling) 압박과 함께, Clash는 제임스에게 그가 곡을 쓸 때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지 물었다. "만약 그랬다면, 망쳤을 거예요." 그가 말을 시작한다. "어떤 아이디어도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 머리 속엔 그런 목소리들이 많이 있어요. 제가 쓰고 있던 곡들은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죠. 전 그냥 '내 머리에서 나가'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제가 두 번째 앨범의 여덟 번째 곡을 쓸 땐 또 다른 Limit to Your Love가 필요하다고 제 자신에게 계속 말해왔었어요.(There is not a worse time to tell me that I need another 'Limit To Your Love' then when I'm writing the eighth tune of my second album.) 특히 그 망할 노래를 바로 써내려가지 못할 땐요."

 

이 발언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Limit to Your Love의 유령과 메이저 라벨의 압박은 마치 속삭이는 악마와도 같이 그의 왼쪽 어깨에 올라탔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도대체 왜 내가 유명한 거지?(why the fuck am I famous?)"라는 뜻의 "y-list celebrity"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모든 생각들을 소용돌이 치는 블랙홀 속으로 흘러 보내고 뛰어난 대량의 (stellar mass. 별질량이라는 천문학 용어로 블랙홀과 연관지어 중의적 의미로 사용한 듯) 새로운 결과물을 갖고 나올 수 있는 무대에 지금 서 있다.

 

앨범의 첫 싱글인 Retrograde에서, 그는 이러한 압박에 대한 반박을 찾았다. "앨범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노래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했어요. Retrograde가 아마도 그 노래였어요. 대단한 노래를 써야 한다는 압박, 그러나 피아노와 가스펠의 소박한(earthy) 비트를 갖추는 것은 그 곡을 쓰기에 완벽한 조합이었어요. 그런 압박에 대해서 언제나 불평만 할 순 없잖아요. 그게 메이저 레이블에 소속된 것의 숨겨진 혜택 중 하나예요. 그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쓰도록 밀어붙일 거예요. 그리고 제게 통했죠."

 

내셔널 라디오의 전파를 타기 시작하여 불이 마른 잎에 번져 나가는 듯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Retrograde의 형식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반복되는 보컬 훅(hook)과 포스트-아포칼립스적(post-apocalyptic) 서브 프리퀀시들은 2012London MC Trim과 함께한 작업과 청각적 혈통을 나누며 귓속에서 계속 맴돈다. 템포가 빠르고 느리게 흘러가면서, 루바토(연주자 나름대로 해석하여 템포를 바꿔도 되는 부분) 기법은 곡에 표현적이고 최면적인 저조(低調)를 더한다. 부드럽게 해체되기 전, 그루브로 회귀하며.

 


Overgrown을 듣다 보면, 제임스 블레이크의 사운드 스펙트럼이 형성된다. 한 쪽에선, 그는 2011년의 EP Enough Thunder의 탐사를 계속한다. 그는 진주 같은 피아노 위에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쏟아 붓는다. 제임스의 클래식을 공부한 학생이란 내적 자아는 이러한 곡들을 설명해준다. "클래식을 배울 때는, 음악을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이전에 음표를 배워요. 그런 게 전 신경쓰여요. 전 음악에 즉각적인 만족감과 감성적인 자질이 들어있길 원해요. 그걸 즉흥 연주에서 얻은 거예요. 그냥 자리에 앉아서 바로 진행하면 되는 거죠. 다시 수정해야 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게 바로 제 음악의 뿌리예요. 그렇게 해서 Overgrown의 곡들이 나왔고요. 코드 구조를 즉흥적으로 만들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DLM이란 수록곡을 헌정한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Mary Lou Williams에게 그를 이끈 것도 바로 즉흥 연주에 대한 이러한 갈증이었다.

 

스펙트럼의 또 다른 끝에서는, 그가 Voyeur와 같이 잘 계산된 댄스 플로어 기폭제를 신중하게 제작하면서 이성적 문제가(affairs of the head)가 결과물에 흘러들어온다. 테라베이 카우벨(Theravey cowbell)("소리를 아무리 키워도 충분하지 않죠, 그렇죠?"), 아날로그 신스, 큰 드럼 소리의 활용과 관악기의 억눌린 우울한 저음은 모두 레이브 문화(rave culture)에 대한 다소 먼 매력에서 그 영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엄청난(almighty) 스펙트럼, Hadron Bass Collider, 그리고 현대 음악 이론가의 진정한 보드빌 극장의 한 가운데에서는, 비트로 매끈하게 닦고 목소리로 광택제를 바른 듯한 유리 같은 일렉트로닉 발라드가 탄생했다. To The Last Life Round Here와 같은 트랙들이 이를 증명한다. 전자(前者)는 숨막히는 팔세토, 양철 드럼, 해안가 야외 레코딩이 만들어낸 엠비언트 찬가이며, 후자(後者)는 "part-time love"에 담겨 있는 90년대의 R&B 넘버로의 회귀다.

 

"거기에는 사랑과 관계의 모든 면이 있어요." 감성적인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제임스는 이를 인정한다. "멀리 떨어져있을 땐, 조금은 비극적이에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이 순간 뿐이야'라는 강렬함 같은 것이 있어요. 전 그런 느낌을 찾으려고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왔었고, 제가 찾았을 땐 저 멀리 있었어요. ', 대단해'라고 생각할 때도, '오 제발(for the fuck's sake), 그냥 Enfield에서 살면 안 되는 거야?'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죠. 이런 점에서, 이 앨범은 강렬해요."

 

또한 이 앨범에는 두 개의 잘 알려진 콜라보레이션이 들어있다. Digital Lion에서는 브라이언 이노와, Take a Fall for Me에서는 RZA와 함께 작업했다. 블레이크가 직접 보낸 이메일에 회신하면서,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untouchable) RZA와도 연락이 가능해졌다. (became apparently touchable). 그 결과물은, 이제는 영국이 좋아진 듯 한 RZA "피시 앤 칩스", "흑맥주(stout)", "파운드(quids)"란 단어들을 사용해 자신의 시를 비튼, 전율을 일으키는 육중하고 (음악과) 잘 어울리는 랩이었다.

 

브라이언 이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보다 정신적인 여정의 열매였다. 나는 제임스에게 그가 이노의 오랜 팬인지 물었고, "아니오"라는 답변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왜냐면, 전 그의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에요. 전 그가 대단한 혁신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많은 뮤지션들처럼, 저도 많은 것들에 대해 커다란 맹점을 갖고 있어요. 브라이언 이노도 그런 맹점이었죠." 이노는 제임스에게 차를 대접하는 편안한 멘토가, 힘든(stormy) 작곡 기간 동안에는 신선한 한 쌍의 귀가 되어주었다. "제가 들어왔던 건 모두 제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혹은 어디로 가지 말아야하는지에 관한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제게 바라는 것, 레이블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들...사우론의 눈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죠. 전 정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게 직접적으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박식한 이노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고, 블레이크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그들의 배는 정해진 항로를 따라 움직였고, 항상 그래왔었다. "제가 음악에서 하고 싶어했던 것들을 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어요." 그 당시에 느꼈던 바로 그 안도감을 떠올리기 시작하는 표정으로 제임스는 말했다. "몇몇 구조적인 비평을 해줬지만 그것도 꽤나 만족스러운 것이었어요. 우리는 런던 서쪽에 있는 이노의 집에서 며칠 동안 어울렸어요. 압박은 없었고요. 그는 평온한 사람이었어요."

 

브라이언 이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내놓은 결과물인 Digital Lion, 그리고 Overgrown의 대부분을 통틀어서, 블레이크가 선보인 주요 발전점 중 거대한 하나는 그의 목소리다. 우리 Enfield 소년의 팬파이프(와 같은 목소리)는 절정에 이르고, 또 그것이 To the Last의 솟아오르는 듯한 팔세토 창법이든, DLM의 빠른 음계든, Digital Lion의 가스펠 블루스 같은 바리톤이든, 그가 목소리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전 단지 제 노래 실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라고 제임스가 말한다. "그게 느껴져요, 그리고 조용하게 제 자신을 칭찬하게 돼요.(I was silently complimented by it)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공연을 하는 건 좋은 연습이에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세팅, 마이크, 무대에서 제 목소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는 거죠. 매번 음을 맞춰야 하고 또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저는 제가 바라던 가수가 되는 것에서부터 한 걸음 더 내려와있지만, 그래도 가까워지고는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앨범은 제가 발전한 것처럼 들려요."

 

그의 목소리의 새로운 성장이 이번 앨범을 이렇게 만들어냈다. "프로듀서로서, 당신의 사운드는 당신이 가진 전부예요. 당신의 리듬과 사운드요. 목소리까지 함께 갖추고 있을 땐, 음악적 풍경 전체가 열리게 돼요." 그것은 그가 조각해온 풍경과도 흡사하다. 매우 순수하게 인상적이어서, 그의 2011년 데뷔 앨범을 마치 디딤돌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제임스가 이번 앨범에 기술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도 매우 많은 것을 투자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마주 보고 있더라도, 마치 그가 잠재 의식 속에서 하늘(ether) 저 위로 텔레파시의 선명한 구체를 쏘아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Overgrown은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꺼내어 보이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바라왔던 것보다 더 대단한 앨범이다






- 2012년에 Trim과 함께 했던 작업은 Harmonimix란 이름으로 Confidence Boost란 곡을 함께 했던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곡. 


- Hadron Bass Collider가 뭔가 싶어서 구글링을 해보니까, 이 용어 자체는 안 나오고 Large Hadron Collider만 무수히 검색이 됩니다. 우리말로 "대형 강입자 충돌기"라고 하는데 입자의 속도를 최대한 높여서 엄청난 충돌에너지를 만들어내는...것 같습니다^_ㅠ이쪽 분야엔 무지해서ㅠㅜ아마 이 점에 착안해서 비유적인 의미로 쓴 것 같아요. 일단 위키피디아 링크를 쎄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Large_Hadron_Collider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James Blake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2)  (0) 2016.06.26
James Blake and the Pursuit of Happiness(1)  (0) 2016.06.10
"Only Lovers Left Alive" and Jozef van Wissem  (0) 2014.01.17
2013 Tracks of the Year  (0) 2013.12.07
2013 Albums of the Year  (0) 201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