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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Playlist

2020년 4월의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는 여기에

이번 달에는 케이팝 여성 아이돌의 곡 중 유독 꽂히는 튠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무대에서 좀 더 편하게 춤출 수 있도록 의상 좀...신경 써줬으면...


  • Yaeji - SPELL 주문(feat. YonYon, G.L.A.M.)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아티스트인 Yaeji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가사에서 불쑥 등장하는 한국어일 것이다. Yaeji에게 언어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였으나, 이 곡을 통해서는 그 의미를 조금 더 넓게 확장한다. 이미 자신의 곡에서도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했던 YonYon과 영어로 폭풍같은 랩을 선사하는 G.L.A.M과의 협업은 서로 다른 언어들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음악 씬에서 다국적 아티스트들이 만남을 꾀하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동시에, 서로 다른 언어로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국적을 초월한 여성간의 연대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음악이란 국가와 언어를 초월한 연대의 상징과도 같았으며, 현대 여성들에게는 바로 그런 연대가 필요한 세상이니까.

  • (여자)아이들 - Maybe

미니 앨범의 테마인 "믿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가장 어두운 깊이감을 갖고 있는 곡이다. 화자의 다짐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듯한 "maybe"라는 가사가 쓰일 때마다 음악적 전개에도 변곡점이 생기고, 그런 긴장감을 크게 터뜨리는 대신 몽환적으로 읊조리는 방향을 선택한 보컬 디렉팅은 이 케이팝 튠을 순식간에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낸다. 이 곡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만큼 아이들이라는 팀에 대한 기대감을 한 층 더 올려봐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케이팝을 이끄는 여성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 GoGo Penguin - Kora

피아노, 드럼, 베이스 단 세 가지의 악기로 가장 역동적인 재즈를 구사하는 밴드인 GoGo Penguin이 오는 6월을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거의 매달 한 곡씩 싱글을 공개중인 가운데, 두번째로 공개된 Kora는 이 팀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반갑고, 초심자에게는 재즈의 새로운 맛을 알려줄 수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 줄의 탄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메인 멜로디에 드럼과 베이스의 가세하며 절정을 향해 날아오르는 상승 기류의 짜릿함이 팀의 특성인 역동성을 단적으로 부각한다. 참고로, 팀의 시그니쳐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곡이 수록될 앨범의 제목은 "GoGo Penguin", 즉 셀프 타이틀이다.

  • Jamie XX - Idontknow

솔로 앨범인 "In Colour"와 몇몇 프로젝트를 통해 혼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 패스를 걸어왔던 Jamie XX가 갑작스레 신곡을 내놓았다. 신곡 Idontknow는 여유로운 도입부를 지나 갑자기 가속된 템포의 텐션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보이는 트랙으로, 보코더를 입혀 반복되는 Idontknow라는 가사가 마치 사이렌처럼 울려퍼지며 전에 없던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여러 가지 색채를 조합했던 앨범 아트도 이제는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Idontknow는 Jamie XX의 음악세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상징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은 그가 앞으로 어떤 곡들을 발표할지 알 순 없지만, 이전보다 훨씬 흥미로운 방향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보인다. 

  • Rina Sawayama - Love Me 4 Me

하나의 앨범에 여러 가지 스타일의 곡을 담아내는 것은, 그것도 양질의 곡만 선곡하는 것은 도박과 같은 선택일 것이다. 잘 되면 굉장한 도전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는 매우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EP도 아닌 풀 렝스 앨범이라면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Rina Sawayama의 첫번째 풀 렝스 앨범은 그런 도전에 기꺼이 응해 자신의 역량을 화려하게 과시한,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 Rina Sawayama가 그간 발매한 싱글과 EP가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은 그런 한 방을 긴 이야기에서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지를 영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여러 곳 있지만, 그 중 단연 손 꼽을만한 트랙은 Love Me 4 Me. Rina Sawayama와 뉴잭스윙이라니 말로만 들어도 얼마나 흥미로운 결합인가!

  • 핫펠트(HA:TFELT) - Satellite (feat. Ash Island)

앨범에 동봉된 에세이집을 펼치고 덮기를 여러 번 거듭했다. 음악과 글로 재현된 삶에서 가장 어두웠던 3년간의 기록에 숨이 막혔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해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어두운 과거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희망처럼, Satellite 같은 반짝이는 곡이 있어 우리는 마냥 슬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조각을 모아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비록 진짜 별은 아니더라도 어둠을 밀어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 Fiona Apple - Under the Table

Fiona Apple의 새 앨범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야 제맛이고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명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중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곡을 꼽자면 바로 Under the Table이다. 이 곡에서 Fiona Apple은 포크와 어쿠스틱 계열이 가진 따뜻함을 저항과 선언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타협을 거부하고 침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Fiona Apple의 커리어와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곡이 아닐까. 8년만에 돌아온 만큼 그간 하고 싶었던 말도 많았으니, 그가 계속해서 외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듣고 또 이야기 나눴으면 하는 명반이다. 

  • 청하 - Stay Tonight

케이팝에서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여성 솔로 댄스가수의 계보를 청하가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요즘, 정규 앨범을 앞두고 발매한 선공개곡 Stay Tonight은 그의 활동에 새로운 챕터가 열렸음을 알린다. Stay Tonight은 본래 강점으로 구사하던 하우스의 문법을 보깅 댄스에 맞게 칠(chill)하게 활용해서, 오디오만 들었어도 무대를 저절로 상상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제작단계에서 퍼포먼스에 대한 계산을 완벽히 해낸 것과 같이 "착붙"인 곡이니, 반드시 뮤비와 안무영상을 챙겨보자.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정규 앨범을 기다려보자.

  • 오마이걸(OH MY GIRL) - Dolphin

오마이걸의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Nonstop)만큼 주목을 받는 트랙이 있다. 2번 트랙으로 살짝 설렜어의 바톤을 이어받는 Dolphin이다. Dolphin은 톡톡튀는 보컬과 동시에 반음씩 내려가는 캐치한 후크로 또 다른 인상을 덧대는 매력이 있는데, 타이틀곡보다는 원래의 오마이걸 스타일에 더 가까워보이기도 한다. 사랑스럽고 상큼한 이미지가 얼마나 다채로운 사운드와 목소리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오마이걸의 이번 앨범을 듣고나면 케이팝 걸그룹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Khruangbin - Time (You & I)

"소처럼 일한다"라는 말은 이 밴드를 두고 하는 말인 걸까. 올해 초 Neon Bridges와의 콜라보레이션 EP를 선보인게 멀지 않은 일이었는데, Khruangbin이 오는 6월에 또 앨범을 낸다고 한다! 싱글컷된 신곡 Time은 이전보다 조금 더 펑키(Funky)한 분위기가 살아있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카우벨은 곡의 매력을 살리는 화룡점정의 포인트. 사실 같은 장르를 계속 해나가다보면 지루하게 느껴질만한 곡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Khruangbin은 정반대로 언제나 신선한 트랙만을 들고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에너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 밴드의 미래를 항상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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