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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Playlist

2020년 1월 - 2월의 플레이리스트

올해부터 매달 발매된 곡들을 추려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플레이리스트는 여기서 확인하시면 되고, 블로그에는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 

벌써 3월이니 이번에는 1월과 2월을 합쳐서.


  • TORRES - Last Forest  

지난 해 Sharon van Etten과 Weyes Blood의 음악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올해는 TORRES의 음악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사운드에 깊은 공간감을 불어넣으며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보컬이 압권인 TORRES의 이번 앨범 <Silver Tongue>은 음악이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법들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두 번째 트랙인 Last Forest는 후렴 부분에서 터져나오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포인트로, 과하지 않게 제게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듯한 담담함을 인상깊게 남긴다. 

  • Phoebe Bridgers - Garden Song

Boygenius와 Better Oblivion Community Center와 같이 그간 동료 뮤지션들과의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였던 Phoebe Bridgers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또 다른 길을 나선다. Garden Song은 Phoebe Bridgers 특유의 따뜻한 포크 감성을 내세우는 트랙으로, 추운 겨울을 되돌아보며 마무리하기에 적합한 BGM이다. 어쿠스틱 기타 아래에 깔린 정교한 사운드들을 찾아듣는 재미도 쏠쏠한 곡이니, 볼륨을 높일 수록 더 많은 즐거움으로 가득한 트랙이다. 

  • Banoffee - Fuckwit

EP와 싱글로 천천히 커리어를 쌓아올리던 Banoffee가 처음으로 풀렝스 앨범을 발매했다. Fuckwit은 이 정규 앨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트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만들어낸 사운드를 곳곳에 심어두다 후렴에서 묵직한 드랍을 내려꽂으며 짜릿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대중성과 과감함의 스펙트럼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Banoffee의 커리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재생 버튼을 눌러본다.

  • 드림캐쳐(Dreamcatcher) - Black or White

자연스레 떠올렸던 레퍼런스들이 이제는 더이상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드림캐쳐는 케이팝에서 다소 이질적이었던 메탈이란 장르를 성공적으로 응용해보인다. 그동안은 장르 특성 상 질주하는 빠른 템포를 주무기로 삼았던 트랙들을 전면 배치했었지만 정규 앨범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로운 순간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중 Black or White는 베이스 기타가 만들어내는 그루브에 드라마틱한 스트링 세션을 얹어 새로운 인상을 불어넣는다. 앨범 내에서는 물론, 팀의 커리어 상으로도 터닝 포인트가 될 트랙이다.

  • Christine and the Queens - La Vita Nuova (feat. Caroline Polachek)

Christine and the Queens는 현재 팝 씬에서 피쳐링이라는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Charlie XCX와 함께한 트랙 Gone에서 이미 증명해보였듯이, Chris는 Caroline Polachek과 함께한 La Vita Nuova에서도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매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다. 이탈리아어를 노래하는 Caroline의 보컬이 Chris 특유의 스타일로 재해석된 80-90년대 일렉트로 팝의 유산과 어울러지는 순간 곡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한다. 자신의 특징은 물론, 피쳐링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트랙일 것이다. 

  • 아이즈원(IZ*ONE) - FIESTA

3개월동안 유예되었던 결실이 드디어 빛을 본 순간에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한 아이즈원. 첫 정규 앨범을 대표하는 곡 FIESTA는 라비 앙 로즈-비올레타를 잇는 꽃 3부작의 파이널로, 이번에도 역시 자기애를 주제로 노래하며 성대한 파티에 모두를 초대한다. 다채로운 비트와 멜로디가 끊이지 않는 이 3분 40초 가량의 퍼레이드는 팬들은 물론 케이팝 팬들까지 모두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여러 가지 악조건에서 피어난 이 강인한 꽃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돌아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여자친구(GFRIEND) - Labyrinth

타이틀곡이었던 교차로(Crossroad)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으나, 커플링곡으로 선보인 Labyrinth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최근 케이팝 걸그룹 사이에서 새롭게 부상한 '걸크러시'(사실 이 표현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의 기류를 타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거뜬히 해보이는 트랙이기 때문이다. 그간 심심찮게 나왔던 '투니버스 노래 같다'라는 평은, 달리 말하자면 청자로 하여금 벅차오르는 순간을 느끼도록 자극한다는 뜻이 될텐데, Labyrinth는 그 순간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까지 선사한다. 올해 케이팝에서 가장 짜릿했던 1번 트랙 아닐까.

  • 히나타자카46(日向坂46) - ナゼー(나제)

혹시 일본 여자 아이돌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면 우선 이 곡을 들어보자. ナゼー(나제)는 히나타자카46의 4번째 싱글인 <ソンナコトナイヨ>(손나코토나이요)에 실린 유닛 FACTORY의 곡으로, 캐치한 후렴구에 멤버들의 담백한 목소리가 만들어낸 화성이 어울러진 상쾌한 팝튠이다. 곡의 분위기를 견인하는 피아노 멜로디가 돋보이는 가운데, 질문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삶을 탐구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인상깊게 남는 외유내강의 트랙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면 더 좋아지는 곡.

  • Grimes - Darkseid (feat. 潘PAN)

전작 <Art Angels>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업템포 트랙 위주였다면, <Miss Anthropocene>은 그와는 조금 반대의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Darkseid는 여러 모로 <Art Angels>의 SCREAM을 떠올리게 하는 트랙이면서 전작과의 차이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트랙으로, Grimes가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아티스트임엔 변함이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변함없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매번 새로운 우주를 구축하는 Grimes의 음악이 있어 오늘도 팬들은 끝이 없는 이야기를 꿈꿀 수 있다. 

  • Caribou - Ravi

전작 <Our Love>로부터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해 Caribou는 앨범 타이틀처럼 정말 '갑자기' 리드 트랙 Home을 앞세워 귀환을 선포하더니, 새해에는 12곡의 수작들이 꽉 들어찬 앨범을 선보였고, 그는 여전히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Ravi는 앨범이 막을 내리기 직전, 에너지를 마저 끌어올리려는 듯한 의지가 엿보이는 듯 가장 빠른 템포로 드라이브를 거는 트랙이다. 앨범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순간의 아쉬움을 내려놓고 일단 신나게 즐겨보자.

  • Stella Donnelly - Love is in the Air (Paul Young cover.)

Stella Donnelly가 호주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커버곡으로, 오리지널 곡 못지 않게 Stella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는 반짝임이 돋보인다. 원곡이 비트를 잘게 쪼갠 댄서블한 튠이었다면, Stella의 버전은 조금 더 여유롭고 꿈을 꾸는 듯한 포근함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발매했던 앨범 <Beware of the Dogs>의 연장선상에 서있는 스핀오프 격의 트랙처럼 들리기도 한다. 음원이 발매되어 있지만, 라이브 버전이니만큼 꼭 라이브 영상과 함께 즐겨보자.

  • Georgia - Never Let You Go

Georgia는 보컬, 작곡, 연주 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신스팝 아티스트로, 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도 아주 정확하게 아는 재능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올해 발매한 풀렝스 앨범의 타이틀을 <Seeking Thrills>로 정한 것은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앨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트랙 Never Let You Go는 이미 작년에 싱글로 선보인 바 있지만 앨범을 들으면 다시금 그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앞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곡이다. 

  • 도쿄지헨(東京事変) - 永遠の不在証明 (영원의 부재증명)

많은 제이팝 팬들의 추억에 자리잡았던 도쿄지헨이 8년만에 재결성을 선언하며, 올 4월에 공개될 EP인 <ニュース >(뉴스)의 수록곡들을 서서히 발표하는 중이다. 2월의 끝에 공개된 永遠の不在証明(영원의 부재증명)은 에스피오나지물을 연상시키는 도입부의 코드 진행이 인상적인 곡으로, 유독 마이너 코드를 탁월하게 다루었던 팀의 컬러를 그대로 이어나간다. 특히 이곡은 발표와 동시에 곧 공개를 앞둔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새 극장판 OST로 선정되었는데, 일견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선택임을 인정할 것이다. 

  • Khruangbin & Leon Bridges - C-side

Khruangbin과 Leon Bridges라는, 서로 다른 그루브를 지닌 두 아티스트가 빚어낼 사운드는 어떤 느낌일까? 그 상상이 이렇게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 둘은 마치 오랫동안 한 팀이었던 것처럼 서로의 음악에 녹아들어 전에 없던 편안한 그루브를 만들어냈고, 다섯 곡으로 구성된 EP라는 볼륨이 아쉬워질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왠지 음원이나 CD 보다는 바이닐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은 느낌에, 잠시 지금이 2020년이라는 사실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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