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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2016 올해의 앨범

한 해가 끝나갈 땐 연말결산을 해야하는 법

올해 들었던 앨범 중 가장 좋았던 것들 몇 장 추려서 올려봅니다. 딱히 순위는 없음


1. ANOHNI - Hopelessness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사운드와 함께 돌아온 ANOHNI는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날카롭다. 환경 문제부터 정치적인 이슈까지, 우리 사회를 둘러싼 사회 문제들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우리에게 빠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2. The Avalanches - Wildflower

오랜만에 복귀한 The Avalanches지만 그 명성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클래스가 남다르다"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걸출한 앨범은 그간의 오랜 기다림을 해소하고도 남을 정도로 풍부한 사운드와 위트 있는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트랙을 한 번 재생하면 쉽게 멈추기 어려운 앨범


3. GoGo Penguin - Man Made Object

세 명의 멤버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GoGo Penguin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더 대담한 발걸음을 옮긴다.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주어진 것 이상으로 해내고 있다. 한 곡 한 곡 넘어갈 때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이다. 


4. BADBADNOTGOOD - IV

GoGo Penguin과 함께 올해 재즈의 영역에서 맛본 기대 이상의 성취. 이번 앨범에서는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 지평을 넓혔고, 이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준다. 라이브가 매우 기대되는 팀인데 부탁해요 서재페....ㅠㅜㅠㅜㅜㅠㅠ


5. Radiohead - A Moon Shaped Pool

"라디오헤드"를 떠올렸을 때 익히 연상할 법한 분위기의 곡들이지만, 역시 라디오헤드는 녹록치 않은 팀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해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vignette 이벤트 등 음악 못지 않게 짜릿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보인 것도 참 라디오헤드 답다. 그간 라이브에서 선보였으나 스튜디오 버전으로 발매되지 못했던 곡들을 수록했다는 점에서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6. Bon Iver - 22, A Million

한 때 Bon Iver를 검색하면 "포크" "어쿠스틱" 같은 단어가 함께 나타나기 마련이었는데, 이 앨범을 듣고 나면 그런 연관 검색어에 의문을 갖게 된다. 뒤틀리고 왜곡된 목소리는 Justin Vernon이 새롭게 장착한 무기와 같으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영역을 크게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앨범을 감상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하게 하는 킬링 포인트.


7. St. Paul & the Broken Bones - Sea of Noise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찬 앨범이다. "소음의 바다"라는 제목이 반어적으로 들릴 정도로 풍부한 브라스와 깊은 보컬을 담아내면서, 이들의 음악적 지평은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8.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 Beyonce - Lemonade

올해 팝 씬에서 가장 빛났던 이 두 장의 앨범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킨 아주 훌륭한 예시로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기 이전에 흑인 여성으로서 이 사회를 마주하는 자매의 목소리는 다양한 장르와 접근법으로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감미로운 발라드, 블루스, 락앤롤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과 곳곳에 자리잡은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 나아가 비디오와 필름과 같은 시각적 요소까지, 감성의 영역에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성의 영역으로 돌아와 이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앨범이다.


9. 키라라 - Move

"예쁘고 강한" 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제대로 들어맞는 뛰어난 댄스 음악으로 가득하다. 강렬한 비트 위에 쌓여진 다층적인 사운드의 활용에서는 체계적이고 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부담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고 나면, 왠지 모르게 이 현실을 헤쳐나갈 힘이 생겨나는 것 같은 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닐 거다. 


10. 실리카겔 - Silica Gel

올해 한국 인디 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밴드였던 실리카겔의 첫번째 정규작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악기와 목소리가 서로 얽혀 거대한 숲을 만들어가는 전개는 이 앨범에 호흡을 불어넣고 생동감을 부여한다.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은 역동감과 유기성에서 앞으로 이 밴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 


11. 이민휘 - 빌린 입

무키무키만만수로서 선보였던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사운드에서 한 발 물러나 내면을 탐구하는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OST에서 살짝 맛본 사색적인 정서는 이 솔로 앨범을 통해 더욱 짙어지고, "발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왜, 말하고 전달하고 싶어하는 걸까


12. SHINee - 1 of 1

<Odd>에서 추구했던 예전보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이어받으면서, 샤이니를 샤이니답게 만드는 정교함을 찾을 수 있는 꽉 찬 앨범. 전반적으로 레트로 감성을 풍기지만 그것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현재의 공간에서 재해석하며 더 멀리 나아가고자 하는 도약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계가 샤이니를 아끼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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