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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2017년 상반기 결산

2017년도 이제 절반이 지나갔으니, 지금까지 들었던 앨범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모아볼 시간


1. The XX - I See You

Jamie XX의 솔로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품었던 의문은, 앞으로 The XX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였다. Jamie XX가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껏 자랑했던 솔로 활동이었기에, 밴드 The XX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낼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던 이번 신보는 바로 그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해준 것 같다. Say Something Loving과 Replica와 같이, The XX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고요한 트랙에 더해 Dangerous나 On Hold 등 Jamie XX의 솔로에서 느낄 수 있던 위트있는 곡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밴드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상상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구매 인증샷을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의 반사된 이미지를 담아낼 수 밖에 없는, 거울과도 같은 앨범 커버를 차용한 것도 아마 그런 의미일지 모른다. 


2. Tennis - Yours Conditionally

Tennis는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케미가 좋은 부부이지 않을까. 전작에 비해 한껏 더 릴렉싱한 분위기로 돌아온 이번 앨범은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아름답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사운드와 보컬로 마무리해 재미를 안겨준다. 듣고 있으면 꼭 바이닐로 감상해야 할 것 같은 빈티지한 첫번째 곡 In the Morning I'll Be Better와 더불어 Modern Woman의 뮤직비디오도 꼭 체크할 것.


3. Tinariwen - Elwan

말리 출신의 트와레그족으로 구성된 Tinariwen의 신보는, 그 이름이 '사막'이라는 뜻을 깨닫기도 전에 그 사막의 기후를 느낄 수 있는 블루스를 선보인다. 이처럼 음악적인 성취도 매우 빛나지만, 이 팀의 의의는 이런 월드뮤직을 감상하는 청자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에 있다. 이 앨범이 담아낸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우리는 그저 멋지고 힙한 음악으로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의 음악이 왜 마음에 드는지 제대로 설명하려면 어쩌면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할지 모른다. 


4. ANOHNI - Paradise

전작 Hopelessness의 연장선에 놓이는 듯한 이번 EP는 어찌보면 리패키지 앨범과 같은 인상을 주지만, 7개의 트랙을 따라가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전 앨범의 각 트랙들이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하는 공론장에 가까웠다면 이번 앨범은 폭발하는 분노와 감정을 날 것처럼 담아내지만, 그럼에도 이 세계에 대해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I Never Stopped Loving You를 사회에 대해 염려하는 메시지를 보낸 팬들에게 이메일로 개별 전달했던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것은, 그가 "희망이 없는" 사회 속에서 "낙원"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5. Spoon - Hot Thoughts

굉장히 공을 들여 복잡하게 소리들을 결합하는 앨범들도 좋지만, 그런 티가 별로 나지 않으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는데, 그 예시로 Spoon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동명의 리드 트랙인 Hot Thoughts의 전주가 재생될 때부터 우리는 이 앨범이 Spoon이 만들어낸 또 다른 깊은 세계로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감동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Do I Have to Talk You into It?에서 무심코 건네는 듯한 보컬에 자리잡고 있다. 재치있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Spoon의 관록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6. Phoenix - Ti Amo

시절이 하수상하지만 계속해서 싸우다보면 지치기 마련. Phoenix의 Ti Amo는 바로 그런 시기에 들으면 좋을 따스한 위로와 같은 앨범이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사랑과 꿈을 노래하는 Phoenix의 음악은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려 우리가 원하고자 했던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되물을 수 있는 휴식을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Fior Di Latte - Lovelife - Goodbye Soleil로 이어지는 구성은 아련한 향수까지 자극하는데, 표제곡인 Ti Amo보다도 더 이 앨범의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7. Lorde - Melodrama

Pure Heroine을 통해 새로운 팝 디바 상을 제시했던 Lorde가 올해는 보다 개인적이고 극적인 영역으로 표현력을 확장했다. Melodrama라는 제목에 걸맞게, 매 트랙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그의 요동치는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는 체험을 한다. 자신있게 포문을 연 댄스 튠 Green Light을 시작으로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는 발라드 Liability의 감동을 지나, Supercut을 통해 지난 기억의 필름을 되감으면 어느새 Perfect Places에 안착하게 된다. 그러나 마치 배반이라도 하는 듯이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라고 되묻는 것은 그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바로 대중이 Lorde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8. Feist - Pleasure

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온 앨범이기에 어느 정도 팔이 안으로 굽긴 하지만 그런 팬심(?)을 제외하고도 명반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품이다. Feist를 대중에게 알렸던 곡들은 1,2,3,4나 I Feel It All과 같이 포근한 포크송이지만, 이번 앨범은 강렬하게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곡들로 주로 채워져 더욱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가 노래하는 "기쁨"은 단순히 행복만을 일컫지 않는, 다양한 결들로 나뉠 수 있는 총체적인 감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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