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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Playlist

2020년 3월의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U.S. Girls - And Yet It Moves / Y Se Mueves

U.S. Girls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모든 트랙을 잔잔하게 이끄는 특유의 그루브는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각인되는데, And Yet It Moves는 그런 매력이 가장 극대화된 곡이다. 스페인어와 영어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울림과 그 가사를 돋보이게 하는 리듬은 (아마도 여성에게 더 잔혹할) 거짓을 말하고 눈을 가리는 세상에 맞설 원동력을 창출해낸다. 모든 음악이 사회적인 의견을 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단으로서 음악이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 Sharon Van Etten - Staring at a Mountain

이 곡은 Julia Holter가 음악을 맡은 영화 Never Rarely Sometimes Always의 삽입곡으로,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곡은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 시술을 위해 펜실베니아를 떠나 뉴욕으로 향한 주인공이 다시 펜실베니아의 가족에게로 돌아오는 장면에 흐르며, Sharon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맡을 예정인데, 그래서인지 유독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천천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그만큼 차분한 보컬은 단순히 어떤 애정이나 포용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Sharon의 음악에서만 가능한 감정의 깊이들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하루 빨리 한국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 Waxahatchee - Can't Do Much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약속을 뒤로 미루고 집안에서 외롭게 지내는 요즘,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위로와 애정이 필요하다. Waxahatchee의 새 앨범은 그런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는 햇살같은 따스함과 포근함으로 가득차있다. 특히 Can't Do Much는 포크와 컨트리 장르를 연상시키는 드럼 비트와 기타로 앨범의 감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어느 새 성큼 다가온 봄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튠이 될 것이다.

  • TOKiMONSTA - To Be Remote

TOKiMONSTA는 뛰어난 비트메이커이기도 하지만 수준급의 멜로디메이커이기도 하다. 앨범 제목처럼 심야의 심상을 담은 듯한 이 곡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피아노로, 여기서는 비트를 멜로디 전개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촉매와 같이 활용하여 트랙이 끝날 때까지 적절한 텐션을 유지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악기인 피아노를 전면으로 내세워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한 때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Nujabes류의 힙합 뮤지션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후반부에 등장하는 왜곡된 보컬은 TOKiMONSTA의 시그니쳐와 같은 요소이니, 놓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보면 더욱 좋다.

  • Shura - Elevator Girl (feat. Ivy Sole)

영화와 소설과 같이 서사를 다루는 미디어와 매체에서는 이미 여성애적 요소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음악계에서도 여성애를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들에게도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앨범에서도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에 대한 로맨스를 노래했던 Shura는 Ivy Sole과 함께 한 이번 싱글에서도 같은 테마를 더 깊게 탐구한다. 나긋하게 흐르는 보컬과 비트는 어쩌면 여성 청자에게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시선으로 구축되는 여성의 욕망이 섹슈얼 텐션과 항상 엮이던 R&B라는 장르에도 이렇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 乃木坂46(노기자카46) - アナスターシャ(아나스타샤)

아이돌 그룹이 일반적인 뮤지션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그룹 멤버들 간의 관계성이나 서사를 컨텐츠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일정 시기가 지나면 "졸업"을 하게 되는 일본 아이돌 계에서는 그런 요소들이 더욱 더 극적인 면을 지니곤 한다. (주로 여성 아이돌이 졸업제도로 운영된다는 점에는 개인적으로 큰 불만이 있지만.) 노기자카46의 2기생들이 부른 이 곡은 멤버 사사키 코토코(佐々木琴子)가 졸업 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곡으로, 러시아를 좋아하는 코토코의 특징을 활용함과 동시에 팀파니와 목관악기로 곡의 분위기를 영화적으로 고조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기생 모두의 서사를 상징적으로 엮어낸 뮤직비디오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인데, 스쳐지나갈법한 요소에도 하나 하나 의미를 담아내서 멤버들 그리고 팬들과의 유대감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아이돌 장사란 이렇게 하는 거지" 싶다가도 조금 씁쓸해지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다 떠나서 일단 노래는 너무 좋으니까.

  • Låpsley - Bonfire

데뷔 초 Låpsley를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Adele, Florence and the Machine, James Blake, The XX 등의 아티스트들을 들어 그의 음악을 설명하곤 했다. 첫 풀 렝스 앨범으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Låpsley의 음악은 이제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레벨에 도달했다. 깊은 물 속에서 공명하는 듯한 신스와 비트는 Låpsley의 낮게 울리는 보컬을 만나 공간감을 더하고, 천천히 움직이지만 결코 게으르지 않은 영민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요즘, Låpsley는 리스너들이 여성 아티스트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근거다.

  • THICK - Mansplain

"이 맛에 펑크 듣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곡. 제목 그대로 맨스플레인을 주제로 한 이 트랙은 3인조 여성 펑크 밴드로 활동하며 그동안 그들이 남성들로부터 들어온 '고나리'에 정면으로 맞선다. 초반 20초 간 흘러나오는 남성들의 대화가 지어낸 것이라기엔 너무나 사실적인 이유는, 남성들로부터 과한 참견을 받는 삶은 펑크 밴드가 아니어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펑크야 말로 여성들의 분노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장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곡이 수록된 앨범 <5 Years Behind>의 다른 수록곡들까지 같이 듣고 나면 더욱 더 확신하게 될지도.

  • iri - Coaster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일본발 시티팝 / AOR의 영향은 본토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R&B를 주 장르로 삼는 아티스트들에게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iri 역시 그런 흐름에 동참하는 뮤지션 중 하나로, 로우 톤의 보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로움이 AOR의 요소들과 감칠맛 나는 조화를 만들어낸다. 특히 iri는 거의 매년 풀 렝스 앨범은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이는 아티스트인데, 그럼에도 자가 복제를 지양하며 항상 신선한 사운드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일본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발매작을 꼭 체크해볼 것.

  • 세정 - 오리발

선우정아가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화분'으로 화제를 모았던 세정의 솔로 앨범의 진가는 그가 직접 만든 나머지 수록곡에 있다. '화분'과 함께 무대를 꾸민 적 있는 '오리발'은 꿈꾸는 듯한 신스와 가성으로 처리한 후렴구 보컬이 이제까지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저 먼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심상을 그려내는 이 곡처럼, 세정도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자신의 능력과 생각을 널리 펼쳐나가는 아티스트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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