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발매된 앨범 중 주목할만한 작품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닙니다.


1. Superorganism - Superorganism

병치될 수 있을 거라 생각치 못했던 요소들은 Superorganism의 곡 속에서 그 밴드명만으로도 개연성을 가지게 된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한국어 가사, 과일을 베어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일상 속의 소리, 읊조리듯 진행되다 갑자기 왜곡된 보컬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에 이 다음에는 또 어떤 결과물을 들고 나올지, 더 먼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 묘한 앨범에 박수를 보내본다.


2. U.S Girls - In a Poem Unlimited

공명하는 보컬과 악기들로 우리를 자신만의 세계로 이끄는 U.S. Girls의 신보는, 그런 미적인 차원의 매력을 넘어선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개에 담긴 분노와 비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마음이 저절로 반응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볼륨을 높이고, 가사를 하나씩 읽어내려가며 함께 들어보자.


3. Janelle Monae - Dirty Computer

<Electric Lady>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Janelle Monae의 신보에서는 그 5년의 갭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5년간 그가 얼마나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는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Janelle Monae 특유의 아프로퓨쳐리즘(afrofuturism)에 녹여낸 미국의 바이섹슈얼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로서 살아온 그는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큰 울림을 전한다. 그가 건낸 이 극적인 성명서에 누구든지 흔쾌히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Kacey Musgraves - Golden Hour

미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이 컨트리라는 장르를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조금은 고리타분하거나 재미없거나 보수적일 거란 생각을 으레 갖기 마련이라 그 진입장벽도 다소 높아보이는 경향도 있다. Kacey Musgraves의 새 앨범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잠시 모든 걸 잊고, 왜 진작 이 장르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 라는 질문을 절로 던지게 하는, 금빛으로 빛나는 멜로디와 그루브에 잠시 몸을 맡겨보자. 


5. Kamasi Washington - Heaven and Earth

Kamasi Washington은 언제나 압도적인 스케일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렇지만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그 압도한다는 의미가 청자를 짓누르는 느낌이 아니라그 세계에서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둔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처럼 자유로이 오가는 색소폰과 재즈 사운드라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전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첫 내한 단독 공연, 90분의 러닝타임은 너무 짧은 것 아닐까?


6. SOPHIE -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

올해가 지나도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방황하는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It's Okay to Cry>의 꿈꾸는 듯한 멜로디 너머로 금속성의 날카로운 트랙들이 이어지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앰비언트 사운드를 지나고 나면 환희로 벅차오르는 <Immaterial>의 중독적인 비트에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MTF인 SOPHIE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기도 해서, 이 앨범의 모든 것이 유독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7. Father John Misty - God's Favorite Customer

솔직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는 같이 꼽힌 다른 앨범들만큼 크게 자극적이거나 강렬한한 방이 있진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1번 트랙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특유의 감칠맛을 거부할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트랙이 끝난지 오래다. 뭔가 거창하고 마땅한 이유를 댈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앨범을 더욱 찾게 만드는 것 같다.


8. Cero - Poly Life Multi Soul

언제 어디서 어떤 비트와 멜로디가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긴박감이 마치 여름날의 어드벤쳐와도 같다. 흔히 음원이나 앨범을 들을 때면 이런 스튜디오 버전의 음악이란 마치 박제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Cero의 사운드는 그 안에서도 충분히 역동적으로 헤엄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를 꼭 챙겨보고 싶은 밴드.


9. Florence + the Machine - High as Hope

2009년 첫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Florence + the Machine은 그 어떤 뮤지션보다도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시금 확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싱글컷된 <Hunger>를 들을 때부터,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숭고함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극적인 전개가 두드러지는 10곡의 서사시를 감상해보자.


10. Sleeq - Life Minus F is Lie

이번 앨범이 전작보다 더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고 슬릭 본인의 트윗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동시에 그가 꿈꾸는 이상에 대한 열망과 사랑으로 꽉 채워진 앨범이기도 하다. 세상은 페미니스트 여성 랩퍼인 그를 분노케 하지만, 그런 세상을 아직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10곡의 노래들에서 잔뜩 묻어난다. 함께 저항하는 입장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어 고맙고 위안이 되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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