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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Gustav Deutsch Talking To Karin Schiefer About Shirley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오피셜 홈페이지에 게재되어있는 Gustav Deutsch의 인터뷰를 번역해봅니다. 

원문은 여기. 오역이나 수정할 점은 얼마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




<Room In New York>


지금까지 당신은 우연히 발견하거나 찾아낸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material.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죠. 이번에 당신이 "발견한 오브제"(found object. 기존의 물건이지만 미술작품 혹은 그 일부로서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은 물체)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였습니다. 그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 제가 느낀 호퍼의 매력은 두 가지였는데, 처음에는 명료하진 않았습니다. 첫째로, 열렬한 영화팬이었던 그는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빛을 사용하고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법을 통해 느와르 영화를 참고한 것을 강하게 드러내고, 그림을 통해서 영화 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사이코>를  촬영할 때 호퍼의 <House by The Railroad>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짐 자무쉬나 윔 웬더스 같은 감독들은 그를 언급하죠. 두번째로, 호퍼는 사실주의 작가로 알려져있는데, 그의 그림을 세세히 분석하고 난 뒤에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호퍼는 현실을 묘사하지 않고 상연합니다(stages it). 현실을 보여주고 조합하는 것은 영화의 본성이기도 하죠.


당신은 파운드 푸티지에서 회화로 나아갔을 뿐 아니라, 실험적인 작품, 수필가에서 소설적인 서술로 변화를 했죠. 소설적인 서술을 시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림일 뿐이었지 맥락은 없었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저는 다양한 영화들의 이미지들을 연결해냈습니다. 몽타주를 통해서, 영화 감독들의 본래 의도가 아니었던 무언가를 발굴해내려 노력함으로써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고,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역시 그러했습니다. 호퍼의 그림들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에드워드 호퍼가 주로 여성으로 설정했던 등장인물을 사용해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기와 일치하는 30년간의 미국사를 풀어나가려 했습니다. 그녀의 생각과 눈을 통해서요. 그러한 방법으로는, 그림에선 보여지지 않았던 요소들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호퍼가 매력적인 점은, 작품의 주인공들이 우리와 공유하지 않는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관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이 그림에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작품 속의 여성들은 창 밖을 바라보거나 어떤 것을 관찰하거나 그에 반응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소리 혹은 주인공의 내적 독백을 통해서 이를 표현할 수 있었죠.


영화 대본은 어땠나요? 분명 "전형적인"("classic") 형식은 아니었을텐데요.


- 지금까지 만들어온 모든 작품 속에서, 저는 극장과 영화의 역사에 관한 고찰에 대해 몇 번이고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활인화(tableau vivant. 분장한 사람이 명화나 역사적인 장면을 정지된 모습으로 재현)는 영화 예술의 선구자입니다. 유명 회화들을 재현하는 것은 당대의 대중적인 사회적 소일거리였고, 초기의 영화는 이러한 형식의 여가를 상정했었습니다. 저의 주된 아이디어는 회화에 "활기를 불어넣는"(vivify) 것이었습니다. 저는 호퍼의 그림 속에서 멈춰져있는 시간의 앞과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저의 생각은 여성 인물이 했을 법한 행동의 시퀀스를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았을지, 혹은 방을 나갔을지 하는 것들을요. 아주 초기에, 저는 여배우보다는 무용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몸짓과 움직임과 더 큰 관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서야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직업은 무엇일지, 관심사는 무엇일지. 저는 이 여성의 30년 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그녀의 초년기가 아닌, 직업과 관련되고 사적인 30년 간의 삶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직업은 - 작품엔 중요한 남성 인물도 등장합니다 - 주제를 반영해야 합니다. 현실에 관한 논의, 성찰, 그리고 상연이요. 이것이 바로 제 작품의 주인공이 여배우이고, 그리고 그녀의 반려자가 사진기자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배역을 맡는 것에만 신경쓰는 여배우가 아니라, 30년 동안 정치적인 생각을 하고 또 사회 참여적인 인물이었죠.


- 저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원했습니다. 행동에 거침이 없으면서, 당시 시대적 배경 하에서도, 사람은 주어진 운명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삶이 전개되는 방식에 따라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믿는 여성상을요. 그녀의 직업과 연관하면, 그녀 자신 스스로가 아니라 한 집단의 일원으로서 이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당시 극단 중에는, 메소드 연기를 고안한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Konstantin Stanislavski)에서 영감을 얻은 Group Theatre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배우들이 공연을 하거나 리허설 때에만 만나는 것보다는, 관계가 긴밀한 커뮤니티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필요로 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한 동안은 파트너와 헤어져 집단 생활을 합니다. 그녀의 파트너는 그녀를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사진 기자라는 그의 직업은 그를 더 타협적으로 만들며, 수입도 일정하게 들어오고, Group Theatre가 해체되고 그녀가 실직한 기간 동안 그녀를 자신의 거처에 받아들입니다. 호퍼의 그림 13점 중에는 셜리를 여배우로서 설정하기 곤란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작품들에서는 그녀가 연인의 신문사에서 비서로 일하거나 극장의 좌석 안내원으로 일합니다. 셜리의 실직 기간은 1930년대 대공황과 일치하는데, 여배우가 아닌 모습의 그녀를 드러낼 뿐만이 아니라, Group Theatre의 동료들이 추구하던, 헐리우드 진출과 같은 당시의 트렌드를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따르지 않게 되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Stephanie Cumming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발탁하게 되었나요?


- 현재 그녀는 이곳 빈에 있는 Company Liquid Loft에서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Chris Haring과 Stephanie가 만든 안무에 기초한 Mara Mattuschka의 영화를 감상했을 때 그녀에게 주목했었습니다. Stephanie는 댄서로서만이 아니라, 배우로서도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Mara의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활동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중성적이기도 했는데, 제 영화에서는 여성적이고 차분하며 내성적인 인물을 연기합니다. 기쁘게도, Stephanie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Office At Night>


당신은 세심하고 정교한 작업 방식으로도 알려져있죠. 당신의 엄격한 기준 하에서, 색채나 조명, 공간과 같은 요소들을 어떻게 다루나요?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나요?


- 회화가 시작점이니만큼, 색채부터 이야기해봅시다. 2005년에 저는 제 삶과 예술의 동반자인 Hanna Schimek과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각자 진행하는 작업이 있었고, 가끔은 함께 일했습니다. 이럴 경우 저는 Hanna에게 신중하게 그려져야 하는 모든 것들만이 아닌, 전반적인 색 조합 계획도 염두에 두는 아티스트가 될 것을 부탁했고 또 왜 호퍼의 색깔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계속해서 질문하도록 도와달라고 했었습니다. 미국 여행에서 우리는 미술관을 방문하여 실제 작품을 감상했고, 색채 도표를 사용해서 (그림에 사용된) 색깔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Hanna의 색채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그 다음에는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조명에 따라 바뀌는 색채들을 그녀가 결정했고, 디지털 기법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화면을 통해 볼 때 색깔은 또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색상과 색 도표에 대해서 논의했고 이는 색 수정과 보정과정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저는 호퍼의 작품을 정의하는, 빛과 어둠, 차가움과 따뜻함의 매혹적인 공연을 큰 스크린에 옮기고 싶었습니다.


회화에서 영화로 전환되는 공간의 변화는 건축가인 당신에게도 큰 도전이었죠?


- 공간은 가능성의 유희입니다. 예를 들어 <Office At Night>에서는, 호퍼는 CCTV 카메라 앵글과 근접한 각도를 사용합니다. 그가 그려낸 것을 재현하려면, 모든 가구들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테이블 위에서 날아가버릴 정도로 기울였죠. 공간에 대한 호퍼의 집착은 건축가인 제게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이 방들을 어떻게 3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림에 근접한 결과물을 위해서 전 여러 개의 모형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건축 과정을 통해서 호퍼의 많은 파격적인 공간 배치가 명확해졌나요?


- 예, 그가 사용한 관점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따금 침대들은 그 길이가 3m나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 좁아서 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인 안락 의자들도 있죠. 어떠한 요소들이 나타나야 하는지, 어떤 대상들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것들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은 왜곡되었고, 어떤 가구들도 올바른 구도를 취하지 않았으며, 어떤 공간도 직각은 아니었습니다.


빛을 사용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인물들처럼, 조명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배우들의 미장센이나 세트에서의 색채 구성만큼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했습니다. 조명 설계는 촬영만큼이나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약 하루에서 하루 반나절까지 걸렸습니다. 촬영을 담당한 Jerzy Palacz와 조명 담당자인 Dominik Danner는 티저 촬영 때부터 호퍼의 빛과 그림자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호퍼의 그림에 표현된 빛을 가능한한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한 노력에 몰두했습니다. 몇몇 그림들에서 저희는 가능성의 한계에 다다랐는데, 무엇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아야하는 것인지, 주인공이 창가에 서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그림자가 드리워지는지, 호퍼의 그림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어떻게 현실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지 등과 같은 질문들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확실히, 우리의 작품은 영화적인 면에서도 (실제 상황이라고) 믿을만해야 했습니다. 호퍼의 작품이 회화로서 그러했던 것처럼요.


영화에서는 오로지 롱 숏(long shot. 멀리서 촬영하여 대상을 넓게 보여주는 촬영 방법)만 사용되었나요?


- 아뇨. 각 에피소드에서 적어도 한 순간은 호퍼의 작품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는 카메라 위치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3cm 정도도 허용할 수 없었는데, 그렇지 않는다면 공간을 벗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줌 인과 줌 아웃은 가능했고, 숏 크기도 바꿀 수 있어서, 가능한한 먼, 심지어 파노라마 촬영도 가능했습니다. 조작의 한계가 있었지만, Jerzy Palacz는 실현 가능한 결과물들을 거의 모두 만들어냈습니다.


...따라서 영화를 그 한계까지 밀어 붙였군요?


- 우리에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핸드 헬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닐 수도, 숏 리버스 숏(shot reverse shot. 한 인물이 (주로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다른 인물을 바라보는 장면을 보여주고나서, 이어서 그 다른 인물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촬영 방식)도 쓸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관객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관음증적이고 관찰자적인 위치를 상정하는 것은 호퍼와 매우 비슷했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 제작 과정은 자유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갖고 작업하는 것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지루함을 지양하고 미묘한 방법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90분간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한 뒤, 이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진 제목: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어<- 

- 영화에 쓰인 그림을 사용한 엽서 달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면엔 홀수 달, 뒷면엔 짝수 달이 써있는 양면 구성.



- 포토티켓으로 쓴 이미지는 요건데, 호퍼의 대표작 <Nighthawks>를 패러디한 짤들이 많길래 보고 있다가 웰시 코기 버전이 튀어나워서 귀여움에 으앙 쥬금. 영화에 이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닌데 워낙 유명한데다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이런 패러디 짤들을 모아놓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까 안 열리네요 왜져(._, 구글에 Edward Hopper Nighthawks Parodies 정도로 검색하시면 재밌는 결과물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닷


- 사실 올해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바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었는데, 영화가 생각보다 졸려서 어려워서 사실은 힘들었습니다^_ㅜ 호퍼의 그림을 재현하는 형식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꽤나 정적이더라구요. 그렇게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셜리의 내적 독백을 따라서 영화가 흘러가는데 화면은 정말 예뻤지만 내용은 꽤 철학적이고 깊어서...음...플라톤의 국가론을 극장에서 듣게 될 줄이야 하지만 호퍼의 그림이 화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 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메이킹 필름. 장인 정신 + 독일어의 압박 모든 스탭분들에게 리스펙트!